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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은 1등이고 소비자보호는 뒷전?'
더욱이 이번 개인정보 유출 대란 이후 KB국민카드가 보여준 행보는 금융 소비자들의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심재오 사장이 취임 직후 내건 '고객 불편해소와 소비자보호' 기치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심 사장은 지난 7월 취임식에서 시장선도와 고객 신뢰 회복, 기본기 강화 및 브랜드 가치 극대화 등 4가지 경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리고 고객 신뢰 향상을 위해 소비자보호센터를 소비자보호부로 격상시켜 소비자보호 업무와 고객만족 부문을 통합했다. "고객의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해주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원 발생 원인을 철저한 규명하는 동시에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이 일선 현장에선 고객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장사에 나서는 '순발력'을 발휘해 또 한번 빈축을 샀다. 신용정보 조회나 변동 내역이 있으면 문자나 이메일로 알려주는 유료 서비스 가입을 권유하는 마케팅 활동을 계속했다. 고객 반발이 거세지자 KB국민카드 등은 전화 판촉활동을 뒤늦게 중단했다.
이와 관련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불안해하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할 때 개인정보 보호 유료 서비스를 홍보하다니 기가 막힌다", "상황의 심각성은 안중에 없고 수익만 겨냥한다"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심 사장은 최근 주력 상품인 '훈민정음' 카드 시리즈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취임 이후 자신의 경영철학 색깔을 담은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보유출 사고로 심 사장의 야심찬 행보엔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융감독당국이 초강도 제재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KCB 직원인 박 모씨(39)가 KB국민카드의 전산시스템에서 5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몰래 빼돌려 일부를 제3자에 넘긴 때는 지난해 6월. 유출 시점이 심 사장 취임 전이라 직접적인 징계는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KB국민카드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들끓는 여론을 의식, 원인의 철저한 규명과 정보 보안 및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를 엄정히 조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또한 정보 유출 책임자를 명확히 규명해 누구든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카드사 정보 유출 책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과거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이 솜방망이 처벌에 끝난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엔 영업정지 등 고강도 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가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2003년 카드대란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이다.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