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오점을 남겼다.
검찰은 납품 대가 명목으로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온 현대중공업 임직원들과 협력사 대표 등 수십명을 지난 7일 기소했다.
울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최창호)는 납품 대가를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재·배임증재 등)로 현대중공업 임직원 12명과 협력사 대표 3명 등 1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한 같은 혐의로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현대중공업 직원 1명을 수배했다.
검찰은 다른 조선업체 납품비리 수사 도중 제보를 받아 지난 10월말부터 현대중공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해 왔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전 부사장 A씨(68)는 2007년 4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납품 편의 대가 명목으로 협력업체로부터 2억5600만원을 받은 혐의다. A씨는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납품 대가로 1억원이 넘는 골프회원권을 받아 사용하던 중 자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골프회원권을 협력업체 대표에게 되팔아 양도성예금증서로 수수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부장 B씨(58)는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청탁 대가로 총 3억 3860만원의 돈을 받아오다가 앞으로 발생할 납품 청탁 대가까지 미리 산정한 뒤, 돈을 빌려준 것처럼 28억원 상당의 공정증서를 작성케 했다. B씨는 퇴사 이후 공정증서에 근거해 돈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C차장(45)은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은 돈 2억905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하고,월급은 전액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D차장(41)의 경우엔 약 15억원을 여동생 명의의 차명계좌로 수수했으며, 수사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돈을 받기도 했다.
그 외 직원들은 협력사로부터 유흥업소 여종업원, 친척 명의 계좌 등으로 돈을 받았고, 친인척을 협력업체 직원인 것처럼 꾸며 월급을 챙기기도 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차장급 한 명이 약 15억원을 수수하는 등 기소된 현대중공업 임직원 13명이 평균 3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리 연루로 퇴사한 E와 F부장은 관련 협력업체 간부로 취직해 금품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범죄수익 36억원 상당 가운데 10억원을 환수조치하고, 나머지 26억원은 전액 추징보전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치료가 꼭 필요한 환부만을 정확하게 도려내는 수사가 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들 대부분이 3∼4년 전 내부감사를 통해 이미 해고 등 중징계 조처를 했다"며 "현재 준법경영 담당을 사장급으로 선임하고 비리 예방활동을 위한 부서인 컴플라이언스실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 윤리의식 교육을 강화해 과거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지난해 7월 원전 납품비리 수사와 관련,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 5명을 체포하고 현대중공업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각종 비리사고가 잇따르자 이를 반영하듯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 사회는 기업 활동에 갈수록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거에 관행적으로 행해 왔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으며 구시대의 악습을 끊어야 한다"며 준법 경영을 강조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