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피죤 회장의 경영퇴진 말바꾸기가 논란이다.
2011년 10월 17일 사전구속 실질영장 심사를 앞두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경영후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던 그가 최근 경영에 몰래 복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감형을 받기 위해 일종의 '액션'을 취했었다는 비난이 동반된다.
이 회장은 가석방 직후 직원을 대상 강연에 나서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무리해서라도 회사에 나와 부회장과 여러분을 돕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의 강연과 비슷한 시기에 당시 조원익 사장이 해임됐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해고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피죤은 당시 "(조 전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그만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는 조 사장이 오너일가의 귀환과 함께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경영복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 사장이 3년의 임기 중 불과 9개월만에 갑작스레 퇴진했기 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가석방 이후 경영일선에 복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피죤은 지난해 9월 이후 권고사직, 강제전보 등 인사조처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직원 다수가 인사 대상에 포함됐다. 본사 팀장을 팀원으로 강등하는가 하면 대리·사원급 사원에게 권고사직이나 원거리 발령을 냈다. 임직원 일부는 "이번 인사 조처는 이 회장 지시다"고 주장한다. 전국화학섬유산업노종조합 피죤지회(이하 피죤지회)에 따르면 이 회장의 가석방 이후 '영업소 폐쇄'를 비롯한 노조탄압이 있었다. 피죤은 전국 6개 영업소 가운데 부산영업소를 제외한 5곳을 폐쇄했다. 피죤지회 측은 영업소의 패쇄조치가 이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한 불만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노조무력화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이 회장이 2011년 대표이사직 퇴임 이후 이 회장의 움직임을 살펴 보면 경영복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경영후선으로 물러난 듯 2011년 10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지만 11월 7일 사내이사에 등재됐다. 임원 청부폭행 재판 과정 중 경영후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영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내이사직의 끈을 잡고 있었다.
피죤측은 이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경영복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죤 측은 "(이 회장이) 회사에 잠깐 들르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출근을 하지 않고 있고 영업이나 관리 전반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조직도 상에 이 회장이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것은 창업주에 대한 예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이 지난해 직원 강연에서 한 발언은 직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것이지 경영일선에 복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또 영업점 폐쇄와 구조조정은 노조탄압이 아닌 경영실적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피죤지회의 입장은 다르다. 이 회장이 경영악화를 내세우며 경영을 챙기겠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고 2일 열린 회사 시무식에도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이 가석방 이후 경영을 챙긴다는 이유로 직원을 수시로 해임하고 시장에 역행하는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떨어지게 하는 등 회사 사정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과 노조는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물론 이 회장이 경영복귀를 한다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형을 선고받고, 형량에 맞춰 복역했기 때문이다. 다만 청부폭행 재판을 앞두고 경영후선으로 물러난다고 밝히며 형량 감량을 도모했다는 지적은 도덕성과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