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다. 정부 셧다운·디폴트 위기를 극적으로 넘긴 미국,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 주력 차급의 지각 변동이 시작된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내실있는 질적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3년 연속 100만대 판매 돌파 기록을 세우는 등 양적 성장의 토대를 공고히 한 가운데 본격적인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선 것. 미국 조지아주에서 LA를 잇는 현대기아차의 폭풍 질주, 글로벌 선두 브랜드로서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살펴본다.
|
|
이같은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각각 2005년 5월 몽고메리시 앨라배마공장과 2010년 2월 웨스트포인트시 조지아공장을 건설했다.
더불어 3교대제 도입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2011년 기아차 조지아공장이 24시간 생산체제를 도입했고,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또한 2012년 뒤를 이었다. 이에 맞춰 시설투자도 더해지며, 미국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36만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터스틴의 현대차 딜러점에서 만난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판매 담당 부사장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혁신적인 스타일과 성능 연비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강조한 주코브스키 부사장은 현재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물량부족'을 꼽았다. "쏘나타 2014년형 모델 출시를 통해 판매를 늘려가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미국 시장의 반응을 단적으로 설명한 주코브스키 부사장은 내년 4월 출시 예정인 신형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차에 큰 기대를 걸었다. "올해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판매량은 각각 2만4000대와 4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목표는 3만5000대로, 두 프리미엄 차종의 점유율 목표는 올해의 6.8%에서 상향조정한 8%"라고 자신했다.
제네시스는 미국 출시 6개월여 만에 6000대가 넘게 판매된 데 이어 한국 자동차로는 최초로 2009년 1월 북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2009년 1만3604대, 2010년 1만6448대가 판매되는 등 꾸준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내년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미국에 공개되는 신형 제네시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공격적 흐름을 이어나간다.
한편 기아차는 지난 5월 미국에 출시된 K7(현지명 카덴자)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 초 K9(현지명 K900)을 출시해 브랜드 고급화를 추진한다.
미국에 출시된 K7은 '하이 퍼포먼스 모던 앤 클래식'의 제품 콘셉트를 내세우며,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총 6869대가 팔렸다. 월 평균 판매 1145여대를 기록하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 이를 발판으로 기아차는 K9의 내년 상반기 출시 이후 슈퍼볼 광고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
현대차는 최근 구매 고객의 연평균 소득수준이 8만3557달러(한화 약 89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현대차가 이제 미국에서 '중산층이 타는 차'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 기아차 역시 고객의 연평균 소득수준이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인 7만5460달러(한화 약 8000만원)로 파악됐다.
2000년대 초 중반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 고객층의 평균소득은 도요타나 혼다 등 경쟁 차종 고객 평균 소득보다 20~30% 적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주력 구매층이 중산층 소비자들로 이뤄지면서 중형차 이상의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올해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10대 중 6대는 중형급 이상 모델이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같은 소비자의 선택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제 차량이 제공하는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합리적인 소비 경향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고객의 신뢰를 얻는 마케팅 활동을 펼친점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마타시아 현대차 미국법인 마케팅 담당 이사는 특히 신형 제네시스 마케팅에서 "디자인, 성능 등 모든 부문에서 프리미엄카의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겠다. 그 중에서도 가치적인 측면을 강조해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처럼 모든 사람이 프리미엄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LA=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