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치아의 조건으로는 주로 웃을 때 드러나는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가 꼽힌다. 치아가 빛나기 위해서는 잇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치아가 예뻐도 잇몸이 검붉거나 치아 사이에 빈 공간이 있거나, 잇몸 면적이 넓으면 건치라고 하기 어렵다.
특히 치아와 잇몸 사이에 빈 공간인 '블랙 트라이앵글'이 있을 경우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블랙 트라이앵글은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치주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방치하면 치주질환이 악화되면서 블랙 트라이앵글이 점점 커지고 치아마저 흔들릴 수 있다.
블랙 트라이앵글은 선천적으로 치아가 삼각형에 가까워서 생기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블랙 트라이앵글이 보이면서 과거보다 치아의 세로 길이가 길어진 것처럼 느껴지면 치주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즉시 잇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주질환은 입 속 세균이 만드는 염증이 원인이다. 입 속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세균 덩어리인 끈적끈적한 치태, 치태가 딱딱하게 굳은 치석 등에 의해 생긴 염증은 잇몸과 치주인대, 치조골 등 치주조직을 손상시킨다. 치주조직이 손상되면서 잇몸이 녹아내리면 전에 없던 블랙 트라이앵글이 나타나게 된다.
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병원장은 "잇몸이 내려가 치아가 전보다 길게 보이고, 치아 사이에 삼각형 모양의 틈이 생기고, 잇몸이 붓고 시리며 피가 나고, 이가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주질환을 의심할 만하다"며 "치주질환을 치료하면 블랙 트라이앵글이 더 커지거나 치경부가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기는 다른 원인은 치아교정을 들 수 있다. 겹쳐 있던 치아가 교정 치료로 가지런해지면서 숨어있던 빈 공간이 드러나는 것이다. 원래 치아 모양이 삼각형에 가까울수록 이런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치아교정과 치주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치아가 가지런하지 못하면 양치질이 잘 되지 않아 치주질환이 생길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치아 교정을 하면 블랙트라이앵글이 드러난다.
치주질환과 치아 교정 외에도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흡연은 치주조직을 파괴하고 잇몸이 치아를 지지하는 힘을 약하게 하면서 블랙 트라이앵글을 만든다. 치아를 가로로 박박 세게 닦는 이른바 '분노의 양치질'도 잇몸을 상하게 한다. 크라운 같은 보철치료가 치아에 꼭 맞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빈틈이 생기면 그 사이로 음식물 찌꺼기가 들어가 세균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밖에 이갈이 습관이 있으면 치경부가 과도한 힘을 받아 잇몸과 치아가 분리될 수 있다.
퇴축이 진행된 잇몸은 원상태로 복구되지 않으므로 평소 잇몸 관리를 철저히 해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치질을 꼼꼼히 하고 미흡한 부분은 치실과 치간 칫솔로 꼼꼼히 닦아주는 한편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해줘야 한다. 흡연과 이갈이, 잘못된 양치질 습관, 오래된 보철 등 블랙트라이앵글이 생길 수 있는 다른 원인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변욱 병원장은 "치주질환이 원인인 경우에는 염증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스케일링이나 약물 등으로 잇몸 염증을 치료한 뒤 블랙 트라이앵글을 매워주는 심미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방법은 치아 색이 나는 레진을 붙여 빈 공간을 가리는 것이다. 간단한 시술이지만 블랙 트라이앵글 공간이 좁고 잇몸이 건강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심미적으로 가장 우수한 치료는 라미네이트나 올세라믹 같은 보철치료다. 치아 겉면을 다듬은 후 세라믹을 붙이는 이 치료들은 공간이 넓어도 가능하며 색감이 자연스럽다.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긴 치아 인접면을 삭제 한 후 교정력으로 치아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 빈 공간이 적을 때 효과적이나 치아를 삭제하므로 시린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치아교정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