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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창구직원을 믿고 기업어음을 샀는데, 열흘만에 부도가 났다.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일인데, 실제로 벌어졌다. 며칠만에 돈을 날린 투자자들은 황당하고 분통이 터질 일이다.
부도난 LIG건설 기업어음(CP)을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이 금웅감독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기관경고와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 더불어 판매과정에서 "LIG건설은 안전하다. 지급 불능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투자를 권유한 임직원들에게는 무더기 징계가 결정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료들이 상당 부분 '편집' 과정을 거쳤다는 점. 당시 자료들엔 LIG건설의 사업수지 악화, PF우발채무 부담 증가 등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은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명백히 자본시장법 제49조(부당권유의 금지)를 위반한 것이다. 이 부당권유 금지 조항에 따르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거짓 또는 왜곡해 설명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해서는 안된다. 또한 투자권유를 함에 있어서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우리금융투자증권 창구직원들의 무책임한 투자권유 내용은 거의 '막가파'수준이었다.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사례가 넘쳐난다. 틈만나면 내세우던 '종합1등금융투자회사'라는 광고 문구가 무색해질 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의 모 지점 중간간부는 LIG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이 A3-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위험성이 높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생길 것은 없고, 안정성도 뛰어나다"고 하는 등 오인할 소지가 있는 내용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LIG그룹 지원여력을 감안했을 때 문제없다"고 하면서 확실하지 않은 계열회사의 지원가능성을 마치 확실한 것으로 설명했다.
또한 다른 지점의 한 과장은 "LIG건설의 부도 가능성은 없느냐"는 고객 질문에 "당연히 LIG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회사죠. 그룹지원을 받는거죠" 라고 단정적으로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전화 투자 권유에 나서면서, 고객의 투자성향도 무시한 채 일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모 지점 과장은 안정추구형 고객에게 적화를 걸어 내부기준상 고위험상품으로 분류된 이 LIG 기업어음을 적극 권했다. 별도의 초과위험 부담을 위한 고객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하겠죠?"라고 묻는 고객에게 "LIG그룹이다"라고만 말한 뒤 투자위험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수십건의 부당판매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힌 금융감독원은 전현직 우리투자증권 임직원 28명에 대해 감봉과 견책, 주의, 조치의뢰 등의 징계를 결정했다. 회사에 대해서는 기관경고와 과태료 2500만원 처분을 내렸다.
한편 LIG건설은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 기업어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지 10일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