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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해리슨 포드 주연의 '도망자'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은 아내의 살인범으로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수많은 고비와 역경을 견디며 자신의 친구가진범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L씨가 만성피로와 무기력증을 호소했다. 성욕 저하 및 발기력 저하로 성관계가 뜸해지다가 올해부터는 거의 없었다. 때로는 남편이 신경질까지 냈다. L씨 부인은 변해버린 남편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친구들과 상의했다.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외도 중이라는 조언(?)을 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판단한 L씨 부인은 격분, 남편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L씨는 몸이 피곤하여 생긴 일이라고 수차례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허공의 메아리로 그쳤다. 그는 계속되는 억울한 누명에 감정이 폭발하였다.
결국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불화가 끊이지 않아 이혼까지 거론되었다. 본원을 방문한 L씨는'후천성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의심되었다. 검사를 하자 정상보다 훨씬 남성호르몬이 감소된 상태였다.
L씨는 필자의 설명을 듣고 얼굴이 환해졌다. 그동안 억울한 누명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가정불화를 겪으며 답답했었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고 하였다. L씨에게 항산화제를 복합처방하여 정맥주사하고 남성호르몬을 투여했다. 무기력 증상이 사라졌다. 덤으로 작아진 음경에 필러를 주입하는 쁘띠성기 확대 수술을 하여 과거의 크기로 복원시켰다. 시술 후에 과거의 정력을 되찾자 예전처럼 부부 사이가 원만해졌다.
이처럼 '후천성 성선기능저하증'이 자칫 외도로 오해되어 부부의 성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 아내들은 남편이 성관계를 회피한다고 무조건 의심을 해서는 안된다. 옛 영화를 거의 되찾은 L씨는 아내에게 복수를 하였다. 자신에게 외도라는 억울한 누명을 씌운 아내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무기한 금족령을 내렸다. <홍성재/의학박사, 웅선클리닉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