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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아빠곰은 뚱뚱해...엄마곰은 날씬해.. 아기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한다"
촛불이 있고, 구호가 있었지만, 노동가요는 들리지 않았다. '곰 세마리' '뽀뽀뽀' 등 밝은 동요가 시커먼 폭우 속 서울역 광장에서 엄마들의 목멘 목소리를 통해 울렸다.
운영진은 악천후에도 집회를 강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나주의 한 여린 생명이 태풍 덴빈이 오가던 날 홀로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우리가 이 정도 비에 굴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광진구에서 온 한 살배기 딸을 둔 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엽기적이고 흉악한 성범죄가 뉴스를 장식한다. 동네에서 집 앞 골목으로, 아파트 계단에서 안방까지 끔찍한 성범죄가 가깝게 옥죄어오고 활개를 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 사건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위기의식이 나를 거리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원장 출신의 두 아들을 둔 중년 엄마는 "법이 너무 물렁하다. 술 먹었다고 봐주고, 초범이라 봐주고, 사회를 공포로 뒤흔든 흉악범들조차도 집행 되지 않는 사형 선고를 받고 잘먹고 잘살고 있다. 그러라고 피같은 세금 내는 것 아니다"라며 법령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성인 인증도 받지 않는 음란물이 아이들을 더럽히고, 성인들 정신도 돌게한다"며 정부의 철저한 음란물 차단 대책을 촉구했다. 인천에서 온 아기 엄마는 "흉악한 범죄는 아이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영혼의 살인"이라며 "더 이상 이런 흉악범에게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매일매일 3명 아이 성폭력에 죽어간다", "지켜주지 못할 아이 낳으라고 하지마라", "국회의원 반성하라 법안제정 언제하나", "가해자만 인권 있나 피해자는 죽어간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기도에서 온 70대 할머니는 천막 안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가 비바람에 계속 꺼지는 엄마들의 초에 계속 불을 붙여주었다. 촛불을 들고 동요를 부르는 엄마들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이유나 기자 lyn@sportschosun.com
*발자국은 지난 7월 경기도 여주에서 4살짜리 여자아이가 50대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을 접한 누리꾼 '지유엄마'가 같은 달에 만든 온라인 카페다. 발자국이란 이름은 '눈처럼 투명한 우리의 아이들이, 깨끗한 눈길을 밟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의 걸음을 옮겨주자'는 뜻이다. 발자국은 지난달 31일 포털 다음 아고라에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의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운동(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26530)을 시작한 이후 5일 현재 4만건 이상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국회에 성범죄자 처벌 강화를 법 개정을 요청하고, 아이들의 발자국에 '밟지 마세요 지켜주세요'라는 글씨를 쓴 뒤 사진을 찍어 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으로 알리는 온라인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또 아동 성폭행 사건 뉴스에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 등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혐의로 형사고발 소송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