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명가 삼양식품, 18세 장남이 유령회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삼양식품 지분(1.66%)도 있는 비글스는 2008년까지만 해도 계열 출자구도의 정점에 있는 삼양농수산 지분이 없었지만 이듬해 계열사들이 갖고 있던 지분을 넘겨받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비글스의 실체가 애매하다. 최근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전까지는 'ㅎ개발'이라는 곳에 주소지를 넣어놨다. ㅎ개발은 서울 목동에서 찜질방을 운영하는 업체다. 삼양식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비글스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란 의혹을 받는 이유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그룹차원에서 관여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ㅎ개발은 최근 임시 주총을 열어 심모 대표를 해임키로 했다. ㅎ개발은 삼양식품과 삼양농수산에 아무런 관계가 없고, 심모 대표가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일처리를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주주들 몰래 업무처리를 했고, 최근 유령회사 의혹 등 물의를 빚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심모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그룹차원에서 관여했는지 여부는 파악할 방법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비글스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많이 제기하고 있어 사무실을 마련했고, 대표 교체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투다.
과연 그럴까. ㅎ개발은 1996년 4월 설립된 곳으로 2007년 12월부터 대표이사 자리를 심모 대표가 역임했다. 그는 2008년 비글스 대표 이사를 맡았다. 비글스가 ㅎ개발로 주소지를 바꾼 시점은 심모 대표의 취임일과 일치한다. 그룹차원에서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모 대표는 비글스 대표, 삼양농수산 대표, ㅎ개발 대표를 겸직했다. 오너일가가 아닌 특정인이 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업무처리를 독단적으로 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승계와 관련 있는 업체의 특이사항을 오너일가 모르게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글스의 유령회사 의혹과 관련해 그룹차원의 관여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영권 승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정 기업을 통해 경영 승계를 위해 편법 지원을 했다면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실제 비글스는 삼양식품의 주가가 오를 때면 전중윤(93) 명예 회장의 손자 전병우(18)군은 보유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1월말 비글스는 삼양식품의 BW 13만4690주를 주식으로 전환해 6차례 나눠 팔아 4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 6월엔 평창 개발 이슈가 부각되면서 삼양식품 주가가 급등했을 당시에도 비글스는 BW를 행사했다. 행사 가격은 주당 1만5000원대. 다음달 주식을 모두 내다 팔았다. 매도가격은 평균 3만원에 육박, 단 두번의 거래로 70억~8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비글스가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던 이 BW는 지난 2009년 6월 150억원 규모로 발행된 것이다. BW는 회사채와 워런트(신주 인수권)를 결합한 상품이다. 당시 나우아이비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이 BW를 인수했다. 두 달 후에 워런트 부문만 따로 떼어 전중윤 명예 회장의 손자 전병우 군에게 매각한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비글스가 주가차익을 거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위기를 겪으며 지분 구조에 변화가 있었다"며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대거 3세들에게 넘겼고, 이 자금으로 비글스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50년 라면명가의 삼양식품이 안정적 경영승계를 위해 '유령회사 편법 지원 의혹'을 어떻게 처리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