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향기가 많은 곳이라는 뜻 때문일까, 방태산(강원도 인제) 휴양림을 오르는 길은 진한 꽃향기로 가득했다. 꽃이 마르고 시들어도 향기가 오래도록 풍겨나오는 산목련, 은근한 생강냄새가 일품인 생강나무…. 이제 막 노란 빛이 들기 시작한 숲길 사이에 핀 꽃향유에선 강한 허브향이 묻어났다. 가을산 찬공기를 가르며 오전 산행을 마치고 나니 코끝에선 짙은 꽃향기가 배어나왔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원시자연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곳이다.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과 골이 깊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방태산(정상 주억봉·1443.7m)은 가을이면 빨간 단풍으로 절경을 이룬다. 온 산이 붉게 물드는 시기는 10월 셋째주. 탐방객들이 찾은 1일 방태산은 노란 기미만 비칠 뿐 아직 '여름산'이어서 진한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방태산 능선은 구룡덕봉(1388.4m)을 사이에 둔 채 백두대간의 본줄기와 맞닿아 있다. 산마루의 양쪽 비탈에는 박달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의 활엽수가 울창하다. 숲 바닥에는 고비, 관중 따위의 양치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열대 밀림을 떠올리게 한다.
산림청 녹색사업단(복권기금) 후원으로 올들어 6번째 진행된 '대한민국 그린그린마운틴' 캠페인의 무대는 바로 국립 방태산 자연휴양림.
1일(토) 오전 6시40분 서울역 부근 스포츠조선 본사 앞에 모인 탐방객들의 옷차림은 두툼했다. 중부 일부 산간지방에는 얼음이 어는 곳이 있겠다는 일기예보 때문이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달려 방태산 휴양림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40분. 전세버스가 휴게소에 들른 시간을 제외하면 3시간이 채 안되는 거리였다. 휴양림에 도착하자 곧바로 트레킹이 시작됐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이 내리쬐자 미처 외투를 챙기지 못한 탐방객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30여분을 걸어 방태산 북쪽 기슭의 적가리골에 들어서자 방대한 원시림이 펼쳐졌다. 입구의 산림문화휴양관(숙박시설) 침실에는 통유리창이 설치돼 있어 적가리골의 때 묻지 않은 자연 풍광이 고스란히 방 안으로 들어온다.
마당바위를 지나니 방태산의 명소인 이단폭포가 보인다. 이 폭포는 높지않다. 각각 10m, 3m쯤 되는 두개의 폭포로 이뤄졌다. 하지만 수량이 풍부해 벼락같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탐방객들이 천하의 절경을 놓칠리 없다. 먼저 그린그린 마운틴 캠페인 플래가드를 앞세워 단체사진을 찍은 후 개별 촬영에 들어갔다. 이단폭포 위쪽으로도 길은 계속 이어진다. 나무잎이 둥둥 떠가는 물길 위에는 작은 나무다리가 하나 걸쳐 있다. 이 다리를 건너 조금 더 오르면 야영장이 나오고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숲해설가 전영순 김제주씨의 설명을 들으며 진한 꽃향기에 취하는 시간이다. 방태산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 탐방로를 떠나 구룡덕봉을 등반하는 탐방객도 생겨났다.
숲탐방이 끝나자 야영장에서 감자범벅 및 다도 체험행사가 이어졌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관리소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행사다.
화전민이 즐겨먹었던 감자범벅은 도시에선 맛볼 수 없는 별미였다. 각종 꽃들을 우려만든 전통차는 코끝 뿐만 아니라 입속까지도 꽃향기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인제=김 용 기자 ykim@sportschosun.com>
대한민국 그린그린 마운틴 캠페인단이 국립 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 우리 숲의 소중함을 느끼는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인제= 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