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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에서 말복까지가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이다.
전북 고창은 사실 선운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천년 고찰인 선운사가 자리하고 있는데다, 높이는 낮아도 빼어난 절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장산의 높이가 743m인데 양고살재의 해발이 300m쯤 되니 왠지 보너스를 탄 듯 하다. 그런데 산행 초입에 조성된 나무계단이 최근 이 지역에 내린 하루 400㎜ 가까운 폭우에 대부분 유실돼, 길이 엉망이다. 하지만 방장사를 지나 조금씩 높이를 올렸는데, 산중에 있는 자연 지형물은 훼손된 흔적없이 단단한 모습.
산을 좋아하는 한 지인이 최근 "귀농한 친구가 그러는데 올해 비 때문에 고추농사는 망했는데, 숲의 버섯은 풍년이라는군. 비가 많이 와도 숲의 풀과 나무들은 썩지 않는데, 인간이 키운 작물들은 왜 탈이 날까?"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자연의 위대함일 것이다.
벽오봉에 이르자 주변에 거칠 것이 없는데, 안개와 구름이 뒤범벅이 돼 사방이 희뿌였다. 그런데 목 한번 축이는 짧은 순간, 안개가 휙 사라지며 곡창지대인 고창벌이 눈 앞에 펼쳐진다. "와!"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억새봉에는 말 그대로 억새가 많이 자리잡고 있다. 600m가 넘는 곳에 푸른 풀밭이 펼쳐져 있으니 이국적이다. 이 곳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도 활용되는 곳.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억새가 푸르름을 지우고 흐드러진 꽃의 무게로 척척 늘어질 때 다시 한번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억새봉을 지나 임도 옆으로 걸어가는데 쭉쭉 뻗은 소나무숲이 운치를 더한다. 하지만 길 옆에 가시나무가 많아 짧은 바지를 입은 '백산찾사'(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의 다리에 수많은 생채기를 냈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정상. 봉수대쪽으로 먼저 발길을 재촉한 백산찾사 행렬이 구름과 어우려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휴가 때라 그런지 휴가를 겸해 산행에 나선 백산찾사가 유독 많았다. 이통재-민양숙씨 부부는 중학 1학년인 정범군, 초등 5학년생인 정인군 등 두 아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나왔다. 본격적인 첫 산행이라는 정범, 정인군은 때론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부모를 따라 산을 오르내렸다.
방장산자연휴양림쪽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길을 찾기 힘들어 대신 용추골로 하산하는데 임경자씨가 바위에 미끄러지며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급경사길인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난망한 상황. 충북 음성에서 온 한경수씨가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프 마라톤을 자주 뛴다는 스포츠맨인 한씨는 산행 마지막까지 임씨를 정성스레 부축했다. 백산찾사 동기의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방장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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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산 산행에는 골드윈코리아 산악지원팀을 이끌고 있으며 대한산악연맹 사무차장을 역임했던 김헌상 팀장이 강사로 나섰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 가운데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등을 등정하기도 한 김 팀장은 '산서와 산악문화'라는 주제로 한국등산사와 유명 산악인들이 쓴 산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 등을 소개했다. 김 팀장은 2년전 히말라야에서 발견한 삶과 죽음에 관한 성찰이 담긴 산악소설 '황금피켈'을 출간하기도 했다.
<방장산은?>
전북 고창군과 정읍시, 전남 장성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전형적인 육산의 산세임에도 바위산 못지 않은 힘찬 기운과 뛰어난 조망이 특징이다. 원래 방등산이었으나 산이 넓고 커서 백성을 감싸주는 우두머리를 일컫는 '방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활공장 등을 갖추고 있다.
<산행 참가자>
양충진 김 영 허수회 최점숙 김종성 유영숙 한경수 김태연 최덕범 박이선 김창일 민효숙 민 숙 이정미 김 동 이강호 김선옥 조귀순 김석원 남복자 이철민 이통재 민양숙 이정범 이정인 성 철 한은숙 조영옥 임경자 이경미 김법일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1년 9월에는 추석 연휴 관계로 세번째 주말이 17~18일 강원 춘천에 위치한 용화산(875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용화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1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