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79차 용문산>
'골로 간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골'은 옛말로 관(棺)을 뜻하지만, 골짜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민족의 명산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무려 12㎞에 달하는 지리산 대원사 계곡처럼 깊은 골짜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죽음을 당했다는 슬픈 역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실 용문산은 산행지보다는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보안상의 이유로 지난 2007년에서야 산 정상을 개방한 탓도 컸다. 경기도 양평에 자리잡고 있어 수도권에 사는 등산객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의외로 그 깊은 속내가 덜 알려진 이유다.
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주말,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참가한 '백산찾사'(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는 땀과 비가 범벅이 된 채 '골로 간다'는 말처럼 깊은 용문산의 골짜기를 은밀히 누볐다.
아침에 잠시 비는 잦아들었지만, 산 정상 부근은 안개와 구름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다.
물안개가 피어있어 더욱 운치가 있는 산책길을 따라 용문사로 접어드니 이 땅의 나무 가운데 가장 키가 크며, 많은 전설을 간직한 은행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신라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으로 심었다고도 혹은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것이 나무가 됐다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1500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이 자리에 서서 숱한 역경을 이겨낸 역사의 산증인임은 분명하다.
용문사부터 산 정상까지는 3.4㎞, 하지만 높이는 1157m로 경기도에서 세번째로 높다. 짧은 거리에서 고도를 갑자기 올려야하니 급경사를 각오할 수 밖에 없다.
절고개 대신 정통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마당바위길로 들머리를 잡았다. 계곡물 소리가 워낙 우렁차 소곤소곤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습도는 높아 전형적으로 불쾌지수가 높은 날. 하지만 찬 계곡수에서 밀려오는 바람은 에어콘이 비할 바가 아니다. 잠시 계곡을 벗어나면 기온차로 카메라나 안경 렌즈에 습기가 찰 정도. 그래서 여름에는 계곡 산행이 제격인가 보다.
예년에 비해 훨씬 긴 장마에다, 휴가시즌, 수도권 산이라는 여러 조건이 겹치면서 이번 백산찾사의 인원은 30명 내외로 단출했다. 게다가 다른 산행객도 별로 없었다. 마치 용문산을 백산찾사가 전세낸 듯 하다. 마당바위 근처에선 계곡물에서 물싸움 장난을 치기도 했다.
기분은 상쾌하지만, 우거진 수풀에다 낮게 드리워진 안개로 인해 좀처럼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100m 단위로 세워져 있는데, 바위로 이뤄진 오르막길에서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겨우 100m 오른거야?"라는 탄식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일상생활서도 '정보의 홍수'로 허우적대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상에 이르는 능선에 올라서자 급기야 비까지 뿌리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고 암벽까지 등장한다. 사촌지간인 신영진, 홍성은씨는 평생 2번째 산행이라면서도 씩씩하게 오른다. 특히 신씨는 육상 400m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거친 '스포츠 우먼'이라서인지 첫번째 산행을 지리산 종주로 시작했단다.
힘겹게 정상에 올랐지만, 사방은 아쉽게 안갯속이다. 장군봉을 거쳐 역시 급경사 내리막길. 전날 몸이 좋지 않은데다, 고도 1000m 이상 산행지에 처음으로 오른다는 이진희씨가 결국 다리에 쥐가 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스태프로 참여하는 약사 남기탁씨와 의사 김동진씨가 함께 마사지를 하고, 바늘로 찔러 피를 순환시킨 후에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원사를 지나 용문사까지 이르는 산행은 무리라고 판단, 결국 상원사 인근 계곡에서 발길을 멈췄다. '골'로 시작해 '골'에서 끝난 산행, 용문산은 한없이 깊고도 깊었다.
양평=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용문산 산행에는 프로 스노보더이자, 스노보더협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는 김은광씨가 함께 했다. 김씨는 엘부르즈, 매킨리, 로체 등 7대륙 최고봉이나 히말라야 산행에 동참, 7000m 지점부터 스노보드로 하강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함께 떠났던 북극점 원정기를 소개했는데, 얼음이 갈라지면서 차디찬 북극 바닷물에 빠져 생사 기로에 섰던 아찔한 순간도 보여줬다. 당시 김씨의 사건은 스포츠조선 1면에 보도되기도 했다.
<용문산은?>
산체가 웅장해, 동서로는 8㎞, 남북으로는 5㎞에 걸쳐져 있다. 북쪽은 완경사, 남쪽은 급경사를 이루며 첩첩이 쌓인 암괴들과 함께 용계, 조계로 불리는 계곡이 깊다. 용문사 경내에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산행 참가자>
최낙용 임창구 임승빈 최혜림 윤지웅 김 동 최보경 심영섭 이진희 김미란 신영진 홍성은 김창일 민효숙 이정미 이상건 황용석 김문경 김노을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1년 8월 13~14일 전남 장성에 위치한 방장산(743m)을 찾을 예정입니다. 행사 홈페이지(cafe.daum.net/e100san)를 방문, '방장산 산행 신청' 코너를 통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1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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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산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무려 12㎞에 달하는 지리산 대원사 계곡처럼 깊은 골짜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죽음을 당했다는 슬픈 역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실 용문산은 산행지보다는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보안상의 이유로 지난 2007년에서야 산 정상을 개방한 탓도 컸다. 경기도 양평에 자리잡고 있어 수도권에 사는 등산객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의외로 그 깊은 속내가 덜 알려진 이유다.
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주말,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참가한 '백산찾사'(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는 땀과 비가 범벅이 된 채 '골로 간다'는 말처럼 깊은 용문산의 골짜기를 은밀히 누볐다.
아침에 잠시 비는 잦아들었지만, 산 정상 부근은 안개와 구름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다.
물안개가 피어있어 더욱 운치가 있는 산책길을 따라 용문사로 접어드니 이 땅의 나무 가운데 가장 키가 크며, 많은 전설을 간직한 은행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신라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으로 심었다고도 혹은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것이 나무가 됐다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1500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이 자리에 서서 숱한 역경을 이겨낸 역사의 산증인임은 분명하다.
용문사부터 산 정상까지는 3.4㎞, 하지만 높이는 1157m로 경기도에서 세번째로 높다. 짧은 거리에서 고도를 갑자기 올려야하니 급경사를 각오할 수 밖에 없다.
절고개 대신 정통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마당바위길로 들머리를 잡았다. 계곡물 소리가 워낙 우렁차 소곤소곤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습도는 높아 전형적으로 불쾌지수가 높은 날. 하지만 찬 계곡수에서 밀려오는 바람은 에어콘이 비할 바가 아니다. 잠시 계곡을 벗어나면 기온차로 카메라나 안경 렌즈에 습기가 찰 정도. 그래서 여름에는 계곡 산행이 제격인가 보다.
예년에 비해 훨씬 긴 장마에다, 휴가시즌, 수도권 산이라는 여러 조건이 겹치면서 이번 백산찾사의 인원은 30명 내외로 단출했다. 게다가 다른 산행객도 별로 없었다. 마치 용문산을 백산찾사가 전세낸 듯 하다. 마당바위 근처에선 계곡물에서 물싸움 장난을 치기도 했다.
기분은 상쾌하지만, 우거진 수풀에다 낮게 드리워진 안개로 인해 좀처럼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100m 단위로 세워져 있는데, 바위로 이뤄진 오르막길에서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겨우 100m 오른거야?"라는 탄식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일상생활서도 '정보의 홍수'로 허우적대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상에 이르는 능선에 올라서자 급기야 비까지 뿌리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고 암벽까지 등장한다. 사촌지간인 신영진, 홍성은씨는 평생 2번째 산행이라면서도 씩씩하게 오른다. 특히 신씨는 육상 400m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거친 '스포츠 우먼'이라서인지 첫번째 산행을 지리산 종주로 시작했단다.
힘겹게 정상에 올랐지만, 사방은 아쉽게 안갯속이다. 장군봉을 거쳐 역시 급경사 내리막길. 전날 몸이 좋지 않은데다, 고도 1000m 이상 산행지에 처음으로 오른다는 이진희씨가 결국 다리에 쥐가 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스태프로 참여하는 약사 남기탁씨와 의사 김동진씨가 함께 마사지를 하고, 바늘로 찔러 피를 순환시킨 후에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원사를 지나 용문사까지 이르는 산행은 무리라고 판단, 결국 상원사 인근 계곡에서 발길을 멈췄다. '골'로 시작해 '골'에서 끝난 산행, 용문산은 한없이 깊고도 깊었다.
양평=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용문산 산행에는 프로 스노보더이자, 스노보더협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는 김은광씨가 함께 했다. 김씨는 엘부르즈, 매킨리, 로체 등 7대륙 최고봉이나 히말라야 산행에 동참, 7000m 지점부터 스노보드로 하강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함께 떠났던 북극점 원정기를 소개했는데, 얼음이 갈라지면서 차디찬 북극 바닷물에 빠져 생사 기로에 섰던 아찔한 순간도 보여줬다. 당시 김씨의 사건은 스포츠조선 1면에 보도되기도 했다.
<용문산은?>
산체가 웅장해, 동서로는 8㎞, 남북으로는 5㎞에 걸쳐져 있다. 북쪽은 완경사, 남쪽은 급경사를 이루며 첩첩이 쌓인 암괴들과 함께 용계, 조계로 불리는 계곡이 깊다. 용문사 경내에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산행 참가자>
최낙용 임창구 임승빈 최혜림 윤지웅 김 동 최보경 심영섭 이진희 김미란 신영진 홍성은 김창일 민효숙 이정미 이상건 황용석 김문경 김노을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1년 8월 13~14일 전남 장성에 위치한 방장산(743m)을 찾을 예정입니다. 행사 홈페이지(cafe.daum.net/e100san)를 방문, '방장산 산행 신청' 코너를 통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1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