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현장리포트] 지금일본은...요미우리 진출 정민태
기사입력 2000-11-28 11:20
정 민태님! 일본에 오신다구요?
얼마 전 신문에서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트 팀으로 오신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근데 그 기사를 보면서 왜 이렇게 심란하지요? 이같은 감정은 비단 저 뿐만 아니라 이곳 일본에서 살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같은 심정이라면 믿으시겠어요?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랍니다. 서글프게도…. 그래서 이렇게 직접어법으로 정 민태님께 편지를 쓰는 겁니다.
맨처음 정선수가 일본에 온다고 소문이 났을 때 우리들은 설마 요미우리는 아니겠지 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다른 팀이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왜냐구요? 잘 아시다시피 요미우리에는 이미 두 사람의 한국선수가 있었으니까요. 그것도 아직 1，2군을 오르내리는 처지로써 말이죠. 거기에 다시 한국선수가 온다? 진짜야? 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선수의 요미우리행은 정해졌고， 신문을 통해 매스컴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채 체력단련을 위한 겨울훈련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기사를 보며 그 같은 정신이 이곳 일본에 와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정선수도 잘 아시다시피 요미우리에는 미국에서 뛰다 온 메이를 비롯하여 홈런제조기라고 일컫는 마츠이， 기요하라， 구도， 에토 등 2，3억엔대의 최고선수들만 모인 '최고의 구단'입니다. 일본국민 40%이상이 요미우리를 응원할 만큼 일본야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요미우리의 성격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몇 억엔대의 연봉을 받는 1급 선수들은 대부분 요미우리에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원성이 자자 합니다. '요미우리는 돈으로 뭉쳐진 구단이다'라구요. 이에 대해 정선수는 금방 이의를 달지 모르겠습니다. 프로야구에서 '돈'은 기본전제가 아니냐구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억대의 연봉을 받는 실력있는 선수들이 요미우리에 들어오기만 하면 무력해 진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러느냐구요? 그건 뻔하지요. 경기에 나갈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선수가 하도 많다보니 요미우리에 입단하기 전 난다긴다하는 선수도 그냥 벤치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기 일쑤입니다. 항간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요미우리가 돈이 많다보니 우수한 선수들을 모두 스카우트해서는 타구단의 전력을 약화시켜 우승한다고요. 전혀 근거없는 얘기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쩌다 경기에 지는 날은 무조건 요미우리의 초상날이 되지요. 왜냐하면 일본언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기 때문입니다. 그 화려한 선수들을 가지고 왜 지느냐구요. 돈이면 다냐고 매스컴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습니다.
정 민태님! 일본에 오시면 무조건 귀머거리 1년， 벙어리 1년， 장님 1년이 돼서 앞， 옆， 뒤도 돌아 보지 마시고 오직 훈련에만 정진하십시요. 그 누가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도， 아카사카에 나가 술을 마시자고 해도 모두 거절하시고 오로지 운동에만 매달리십시요. 정선수가 그런 제의를 거절한다고 해도 섭섭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폐를 끼친 사람이 있어 은혜를 갚을 일이 있다 하더라도 대신 경기 성적으로 갚으십시오.
언어가 달라 답답해도， 타국이라 외로워도， 야구스타일이 달라 본인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도， 일본선수로부터 무시를 당해도， 한국선수들끼리 미묘한 갈등을 겪어도 오로지， 오로지 연습에만 매달리십시오. 그것만이 요미우리에서 살아 남는 길이요 또한 정선수 자신이 성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일본인들의 특성은 열 마디의 말보다 단 한 번의 결과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인간관계가 돈독하다 하더라도 일단 비즈니스 관계로 들어가면 잔혹할 만큼 냉철해지는 이들이 바로 일본인들입니다. 또한 한 번 눈 밖에 나면 여간해서 신뢰관계를 회복하기도 어렵습니다.
정 민태님! 일본에 오시면 한 3년간은 간 쓸개 다 빼놓고 나 자신은 없는거라고 생각하십시요. 대신 일본야구의 신인선수로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어떤 구질에도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체력을 만드십시오. 일본야구인들은 한국프로야구를 일본야구 2군정도의 실력으로 밖에 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한국에서 내놓으라하는 1급 선수라해도 일본에서는 그저 벤치에 앉아 있는 무명선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국보급 선수 선동열，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일본에 와서는 모두 제로부터 다시 시작했잖습니까? 부디 이분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으십시오. 그길만이 일본에서 성공하는 길이며 또한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높여주는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진심으로 건투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