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칼럼] 조영남의 횡설수설 11/25
기사입력 2000-11-24 11:30
스포츠조선 애독자에게만 드릴 수 있는 굿 뉴스가 있다. 기쁜 소식이 있다. 화끈한 선물이 있다.
그게 뭐냐! 대한민국의 정치현안이다. 배배 꼬인 정치현안， 흉흉한 민심， 정치문제， 경제문제， 구조조정， 현대건설해법， 환률급등， 각당의 당정개편 등등 심지어는 노벨상을 타러 비행기로 갈 것이냐， 배로 갈것이냐， 아니면 서로 바쁘니까 노벨상을 택배편으로 가져다 달라고 주문할 것이냐 말것이냐.
이런 세세한 문제까지 다 해결을 끝냈다. 시한까지 정해놓았다. 한달 남짓한 금년 말까지다. 내년 새해부터는 해피 해피다.
언제 어디서 누가 그렇게 대한민국의 현안을 일거에 정리해 놓았단 말인가.
대답하겠다. 자신만만하게 응답할 수 있다. 언제 그랬는가? 바로 엊그제 밤 여덟시부터 자정까지 도합 네시간 만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놓았다.
어디서 그랬는가? 대한민국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안 다시 찾아갈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하여간 어느 막다른 골목의 '남원'이라는 주막집에서였다.
바야흐로 전통민속의 거리 인사동이 돼먹지도 않은 어정쩡한 쇼핑의 거리로 퇴색되어 가는데 뒷골목의 주막집은 좀 옹색하나마 전통민속의 여운을 부둥켜 안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도대체 누구와 그런 기막힌 작업을 수행했는가? 그것도 대답하겠다. 약간의 익명성이 요구되는 바 이지만 워낙 대국적인 차원의 첨예한 문제라 큰 실례요， 무리인줄 알면서도 참석자들의 면모를 대충 밝히도록 하겠다.
출발은 책임있는 4인 체제로 비롯되었다.
우선 최근 '예수의 샅바를 잡다'라는 묘한 책을 쓴 저자 조영남 본인. 그 책을 용감무쌍하게 발간한 '나무와 숲'이라는 출판사의 최헌걸 사장. 그 다음 현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 그리고 우리네 스포츠 조선의 방계회사인 조선일보의 정치부장 대우 홍준호기자 이렇게 4인으로 팀이 짜여졌고 이어서 조연배우들이 속속 등퇴장을 감행했다.
그 리스트도 까발리겠다. 어떤류의 신상문제가 야기되면 내가 책임을 통감하고 즉시 물러나겠다. 아! 책임자가 없는 사회， 책임을 자처하는 인물이 없는 사회 그래서 너무 피곤한 사회라서 이참에 내가 솔선수범해， 책임이 뭔지를 보여주겠다.
우선 가수직 사퇴， 방송MC 사퇴， 금년말의 모든 조영남 디너쇼 취소， '예수의 샅바를 잡다'라는 신간서적 전면회수， 그런 다음 런던이나 뉴욕으로 망명을 떠나겠다. 나는 지금 비장무쌍하다.
곧이어 등장하는 김종인 전 재경부장관과 서울대 경제학부의 정운찬 교수， 조선일보 강천석 편집국장 그리고 역시 조연급으로 무수히 등퇴장한 주모와 여종업원 등등 어떤 경위로 작당을 이루었는가.
새로나온 내 책을 조선일보 김태익 문화부장한테 건네주러 갔다가 정작 당사자는 놓쳐 버리고 그 책을 잡자마자 반쯤 냅다 읽었다는 정치부 홍기자와 접선되어 이미 '남원'에 대기중이던 김의원과 발기대회를 열면서 잣동동주를 돌리기 시작했다.
내 얘기는 지금부터다. 진정으로 네 시간동안 백퍼센트 나라가 돌아가는 꼴과 정치 얘기만 했는가.
그렇다. 그래도 내가 나서서 정치얘기 그만좀 하자고 뜯어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애 잘 크냐?' '연말 플랜은 어떠하냐?' 이런건 아예 삐져 나올 틈도 없었고 그런건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현안， 즉 죽일놈 죽이고， 살릴놈 살리고 대망의 마무리를 짓고 손을 털고 일어섰다.
이젠 아무 걱정할 일이 없다. 경제는 좋아지고， 증권값 올라가고， 환률내리고， 당정개편 그리고 구조조정에 여론조정까지 싹 정리되었다.
아! 공업용 미싱이나 노동당 이중대로 껄껄 웃어 넘기지도 못하는 나라， 모처럼 친지들이 저녁상 앞에 둘러앉아 무려 네시간 동안 정치얘기로 열을 올리게 만드는 우스꽝스런 나라， 그런 나라에 내가 살고 있다.
광수생각이 아니라 영남이 생각인데 이 나라에는 딱 두가지만 남아 있다. 희망 아니면 절망이다.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