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얼룩무늬 위장복 '무늬만 군복?'
기사입력 2000-11-24 11:30
'얼룩무늬 해병대 군복은 사제 옷'.한 해병 출신이 '일부 해병들이 외출이나 휴가시 입는 해병대 위장복은 실상 돈을 주고 개인이 맞춰입는 사제옷'이라는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다수 해병 출신들은 "해병의 전통과 명예를 실추한 것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해병혼이 담긴 해병대 군복을 되찾자"는 의견을 내는 등 때아닌 '해병대 논쟁'이 한창이다.
문제가 된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해병 출신이라는 A씨가 지난 95년 해병대에 입대한 뒤 처음으로 알게 된 해병 위장복의 비밀을 군 회고 형식을 빌어 소상하게 적고 있다.
그는 첫 휴가 전날 고참으로부터 위장복에 대한 비밀을 듣게 됐다.
"길거리에서 보던 해병대 위장복은 사실 20여년전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입던 군복이다. 그런데 공수여단장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육해공 3군의 전투복을 통일시킨 것이다. 우리는 해병혼을 지키기 위해 돈을 주고 사서라도 기필코 해병대의 위장복을 사입어야 한다."
그 선임병은 일장훈시 후 서울 용산의 사제 군복가게(일명 마크사)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친구와 애인을 포함한 일반 사람들에게는 절대 위장복을 돈주고 사 입는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제대할 때 군에서 준 옷을 입고 예비군 훈련에 갔다가 선배 해병으로부터 눈총을 받은 이야기를 거론하며 "해병 출신으로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배신 행위라는 생각도 들지만 진정한 해병정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글이 인터넷 패러디 신문인 딴지일보에 소개된 뒤 해병대 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분노에 찬 해병들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들은 "해병 위장복을 입는 것은 해병혼의 상징" "해병만 사제복 입냐?" "의도적인 '해병 때리기'다" 등등의 글들을 쉴새없이 올리고 있다.
또 한 해병은 "군복이 멋있어 해병에 입대하겠다는 젊은이들도 있는데 지원자가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고 다른 해병은 "잘 됐다. 차제에 잃어버린 해병의 군복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일반인들 역시 이같은 사실은 다소 충격적(?)인 듯 한 여성 네티즌은 "어머， 해병대 군복은 예전에 입던 군복이라면서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예비역 해병 장교는 해병 위장복 논쟁과 관련， "해병들이 사제 군복을 입는다는 것은 이유야 어쨌든 사실 아니냐"면서 "쓸데없는 소모전에 너무 힘을 쏟지 말고 훈훈한 미담 등을 발굴해 해병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