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동물의 성] <111> 사향노루
기사입력 2000-11-23 11:55
그래서 사향노루의 사랑은 한바탕의 달리기 시합으로 시작된다. 암컷은 쫓아오기 힘들도록 절벽이나 경사가 심한 곳으로 도망을 치지만 수컷은 암컷이 지칠 때까지 줄기차게 쫓아다닌다.사향노루는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약 5㎝ 정도 더 길기 때문에 도약을 하는 데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발굽 양쪽의 발가락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깎아지른 듯한 바위나 돌 또는 눈이나 부드러운 흙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서로 한참을 쫓고 쫓기다 보면 때로는 다른 수컷들이 함께 가세할 때도 있는데， 평소에는 겁 많고 조용하던 사향노루도 이때만은 물러서지 않고 서로 격렬한 투쟁을 벌이게 된다. 사향노루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날카롭게 아래를 향하고 있는 송곳니인데， 싸우는 도중 목이나 등에 깊숙이 꽂히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되는 일도 자주 있다.
때로는 두 수컷이 목숨을 걸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결전을 벌이고 있을 때， 뒤처져 있던 제3의 수컷이 어부지리로 암컷과 사랑을 나누는 일도 생긴다.
짝짓기 행위는 다른 동물들과 비슷하다. 수컷이 암컷의 등위에 앞발을 올리고 삽입을 시도하는데， 올라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암컷이 앞으로 걸어나가고 수컷은 사정을 끝내게 된다. 이렇게 싱거운 짝짓기는 며칠간 계속되다가 수컷은 새로운 암컷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암컷은 짝짓기 후 약 160일 정도가 지나면 무게가 600∼700g 정도 되는 새끼를 한마리 또는 두마리 낳게 된다. 생후 1년 정도면 거의 어른과 같은 크기로 자라지만 번식에 참여하는 것은 2∼3세가 된 후에야 가능하며 수명은 20년 내외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장 신남식ㆍ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