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행현 전 마사회장, 취임 10개월만에 56가지 개혁
기사입력 2000-11-19 11:30
"100점 짜리 인생을 살려다 그만…."
최근 돌연 사표를 내고 물러난 서생현 전 마사회장(65ㆍ사진)은 "사람은 75점 인생을 살아야 가장 행복한데 100점 짜리 1등 인생을 살려다 병을 얻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1월5일 마사회장에 취임한지 불과 10개월만에 물러났지만 취임초부터 강한 의욕을 갖고 개혁을 추진， 퇴임하기까지 56가지를 개혁했다.
그는 취임 즉시 회장실의 소퍼를 치우고 원탁 테이블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으며 회장 전용 뉴그랜저 승용차도 중고 포텐샤로 바꿨다.
그리고 정치권 등의 청탁 대상이었던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의 매점 식당은 지역 영세민과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하고 수의계약의 대부분을 입찰로 바꿔버렸다.
"석탄공사와 광업진흥공사 사장 시절 경영평가 1위를 했습니다. 마사회도 그런 공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3시간밖에 자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러다 몸이 상한거죠."
그는 마사회장으로 있는 동안 10여권의 파일을 작성했다. 비서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비밀문서다. 거기에는 임직원들로부터 받은 보고 내용， 업무추진과정， 외부인들로부터 들은 개선 아이디어， 본인의 아이디어 등 모든 것이 들어있다.
육군 소위로 임관(육사 14기ㆍ예비역 육군 소장)한뒤부터 합참 지휘통신국장까지 군 생활을 하는 동안은 물론 석탄공사 사장， 광업진흥공사 사장 시절에도 이런 파일을 작성했다.
다음에 이를 모아 책으로 펴낼 생각이란다.
이 시대에 보기 어려운 청백리이기도 하다. 군 장성 시절 고향(전남 광양) 사람들로부터 수천건의 청탁이 들어왔지만 단 한건도 들어준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와 인연을 끊고 지내는 친척도 있을 정도다.
여유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고교시절 점심을 싸 오지 못하는 가난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3년간 점심을 굶었으며 아예 3일간 굶어보기도 했단다.
"첫날은 배가 고파 견디기 어렵더니 둘째날은 기운이 없어 눕고만 싶어지더군요. 3일째가 되니까 세상이 온통 노랗게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검소한 생활이 몸에 뱄다고 한다. 마사회장 시절 구내식당만 이용하며 판공비를 아껴썼다. 요즘은 외식할 일이 있으면 공사장내 한밥집이나 기사식당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