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유학을 가있는 후배와 가끔 채팅을 한다. 대개는 치열하게 사는 삶이 주제이지만 '연예인의 가십'은 우리의 변함없는 주제이다. 물론 그애는 인터넷을 통해 중요한 사건은 건건이 챙기고 있다. 그렇지만 이른바 '비하인드 스토리'는 호기심 많은 나를 통해서 생생한 정보와 기탄없는 의견교환으로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것이다. 우리 대화는 대충 이런 식이다. 후배: 정말 놀랐어요. 이미연 김승우가 이혼해서-. 나: 뭘 놀래. 결혼하면 이혼 할 수 있는거지. 아무리 배우지만 사이좋은 연기하기는 더욱 힘들었다는 말이 가슴아프더군. 후배: 하긴 남들앞에 드러나있다는 것은 힘든 일이죠. 나: 그러니까 얼굴팔리는 것은 자유를 박탈당하는 일이야. 조용히 숨어서 남몰래 연애도 살짝하고 떳떳치못한 일도 가끔 하면서 재미있게 사는 게 실속있지. 후배:위선적인 사회에서 연예인은 어쩜 '희생양'을 자처하는 거지， 뭐-. 나: 맞아， 맞아--. 대충 이렇게 의견통일을 하면서 끝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얼마전 격렬하게 한판을 벌였다. 그 주제는 '심은하의 후견인과 출국'이었다. 원래 위선적인 사회의 특성을 미국의 한 언론인은 '혹시 나모르는 새 남들이 재미보는 것을 아닐까?'라는 질투의 발로라고 했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속내는 바로 '부러움'과 '질투'라는 것이다. 후배: 와- 선배! 쇼크다， 쇼크-심은하가 중년남자와 미국을--. 나: 왜 그럴 수도 있지， 뭘. 후배: 아니 심은하가 도대체 뭐가 부족해요. 아버지뻘 되는 남자와-. 나: 그 남자， 아버지뻘 아냐-40대 후반인데， 남자로서 젤 멋지지-. 후배: 그래도 후견인이 뭐예요.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가-. 나: 그 점은 나도 동의해. 스타를 꿈꾸는 신인도 아닌데 심은하 홀로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다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근데 사실 심은하는 후견인이란 말 안 썼잖아. 기자들이 그렇게 쓴 것 아닐까? 후배: 애인이라도 이해 못해요. 난--. 나: 왜 이세상에 사는 우리 얼굴이 제 각각 인줄 알아? 후배: 왜???? 나: 바로 짝을 구별해내기 위해서지.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일부일처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사실 각기 다른 인간의 얼굴을 갖고 살기 때문에 바로 '1:1'의 관계가 성립된다는 인류학자들 말이 있어. 남이 아무리 뭐래도 내가 좋으면 그만 아냐? 심은하의 선택도 존중되어야지. 후배: 여자들은 나이 많아도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지 이해 못해요. 나: 나도 그래- 왜 남자들은 머리 나빠도 예쁜 여자만 좋아하는지-. 치열한 접전 끝에 나의 후배는 마침내 '신상고백'을 함으로써 1시간에 걸친 채팅을 마무리 했다. '선배-내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심은하를 좋아했는데-배신감 느껴요' 그 순진무구한(?)남자후배에게 하는 나의 마무리 인사-. 그래- 사랑이 죄다. 〈satuki＠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