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가는 '맛' 대신 놓아주는 '멋'
기사입력 2000-11-13 11:30
"고기는 가져가지 말고 손맛만 즐기세요."
물고기를 잡은 뒤 낚시터에 다시 방류하는 유료 낚시터가 성업중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식사동에 위치한 원당양어장은 수면적 650평(좌석 100석) 규모의 아담한 낚시터.
모습은 여느 양어장과 비슷하지만 이 낚시터에서는 고기를 담아두는 살림망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미늘이 없는 낚시 바늘을 쓰는 게 원칙. 잡은 고기를 바늘에서 쉽게 빼내기 위한 것이다. 어차피 집에 가져갈 고기가 아니라면 굳이 상처를 내 죽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낚이는 어종은 중국붕어， 토종잉어， 잉붕어， 장어， 쏘가리， 메기， 향어 등 다양한 편.
어자원 역시 풍부한 편이다. 수면적이 작은데다 많은 고기를 방류해 거의 '물반 고기반'이다.
낚시터를 운영하는 박호선씨는 "입질이 잦은 봄철에는 한달에 한번씩 100㎏，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져 입질이 드물 때는 200㎏씩 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에 이곳을 찾는 낚시꾼들은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들.
낚싯대를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에 빈손으로 와 낚시를 하고 돌아가는 회사원들이 많다. 가끔 이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최모씨(34)는 "한번 오면 서너 시간 정도 낚시를 즐기다 가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했다.
주말에는 가족을 동반한 낚시꾼들도 적지 않다. 양어장 한켠에 수면적 300평 규모의 '초보 낚시터'가 따로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토종붕어와 잉어， 향어 등이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어 낚싯대만 드리웠다 하면 곧바로 입질을 한다. 그래서 꾼들은 재미가 없다고 30분만에 나오지만 낚시를 처음 하는 어린이나 여성들은 무척 좋아한다.
낚싯대를 지참할 수 있지만 반드시 낚싯대 한대만 펴야하며 바늘은 미늘 없는 외바늘을 써야한다.
입어료는 1만3000원으로 일반 양어장의 절반 수준. 식당이 있어 간단하게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 (031)965-2414
▲찾아가는 길=서울 구파발에서 통일로를 타고 원당을 지나 식사5거리에서 금촌방향으로 50m 가량 직진한 뒤 화훼 하우스 앞에서 길상사 팻말을 보고 우회전하면 낚시터가 나온다. <강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