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사자성어'로 읊는 직장생활
기사입력 2000-11-12 11:35
요즘 상황은 풍전등화요 사면초가다. 그 아비규환의 참상은 목불인견이다.
오리무중， 진퇴양난의 회사. 함포고복하던 음풍농월의 시대가 끝났으니 상전벽해다.
이럴 때일수록 지난 IMF 시기때 어떠했는지 온고지신하여 피아구분을 잘해야 한다.
끗발있는 간부에겐 견마지로， 결초보은， 각골난망， 분골쇄신의 충성심을 보여줘야 한다.
저물어가는 간부에게는 감탄고토로 대응해야 한다. 근묵자흑. 유유상종하다 불똥이 튈 수도 있는 법.
지던 해가 다시 뜨면 개과천선한다. 군웅할거의 시대에 어찌 영원한 동지와 적이 있을 수 있는가.
음주가무 자리는 정보습득의 장. 중구난방 속에 오가는 각종 루머 속에 언중유골을 찾자.
취중진담을 분석해보니 해고자 리스트에 올라있구나. 괴롭다. 식자우환이다.
인사부장을 찾아 삼고초려 해볼까. 인사부장 왈， "아침에 잘릴래， 저녁에 잘릴래?" 조삼모사 따로 없다.
회사는 사상누각이었던가. 남가일몽에 일장춘몽이니 인생무상.
그래， 회자정리다. 일필휘지로 사표 쓰니 무의무탁 신세다. 주지육림에서 놀던 엊그제가 그립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 병가상사 고진감래， 암중모색 전화위복， 권토중래 대기만성.
그러나 적수공권에게 어디 쉬운 일인가. 노숙자 되어 풍찬노숙할까 두렵다.
조강지처는 바가지를 긁으니 하루는 등산화를 신고， 또 하루는 낚시가방을 챙긴다. 지자요수， 인자요산….
<이승호 기자 letit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