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바들은 언뜻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알게모르게 기품이 넘치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장식품은 물론， 인테리어 자재까지 수입 고가품을 쓰고 있기 때문. 웨이터， 웨이트리스들도 한벌에 100만원이 넘는 유니폼으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바에는 나이트클럽 같이 춤을 추는 무대는 없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테이블을 옆으로 치우면 자연스럽게 무대가 만들어진다. 흐르는 음악은 힙합， 리듬 앤 블루스가 주류. 춤도 테크노음악에 맞춰 요란하게 '아우성'치는 것이 아니라， 흑인들 같이 '몸에 밴' 리듬감을 담고 흐느적 흐느적하는 정도다. 멤버십바들은 발렌타인 3병을 마시면 1병을 보너스로 주는 등 '미끼'를 던지지만， 사실 손님을 끄는 건 '물좋은 손님'들이다. 이런 바에서 볼 수 있는 20대 중후반의 남자들은 크게 두부류다. 교포 2세와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젊은 이사'로 나뉜다. 힙합의 차림으로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교포 2세는 방학 때마다 한국에 들어와 놀다가는 학생이나， 부모 돈으로 무위도식하는 백수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저 교포인데요"란 말 한마디면 여자들이 그냥 넘어온다고 입을 모은다. 교포 신모씨(28)는 "아예 여자 전화번호를 받아적기 위해 볼펜과 메모지를 갖고다닌다"며 "하루에 5∼6명 전화번호를 받아내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고 말했다. '20대 이사' 부류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헝그리정신'이 필요한 벤처는 거의 없고， 인테리어 사무실이 월등히 많다고. 여자의 경우，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있는 집 규수'들이 이런 바를 출입한다. 홍대앞 클럽에 가보았다는 장모씨(27)는 "'누구집 아들' '어느 집안 딸'이라고 서로 아는 사이들이 많다"며 "이런 바에 가면 '정제된 물'에서 놀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