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북한산... '서해의 일몰 일번지' 고려산
기사입력 2000-11-07 11:30
강화도를 작은 한반도라고 봤을 때 북한산에 해당하는게 고려산(436m)이다.
서쪽으로 살짝 치우친채 섬의 중심 부분에 솟아 있는 덕분에 강화도 여행중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이 산은 보기드문 '일몰(日沒) 산행지'다.
해가 저물어 서해로 잠겨드는 강화의 일몰은 평생 그걸 일상처럼 보고 살아온 이곳 주민들까지 감동시킬만한 풍경.
고려산은 그 장관을 굽어볼 수 있어 좋은 산이다.
강화읍내에서 4번지방도를 따라가다 만나는 고천4리 마을회관을 산행 기점으로 삼았다.
적석사까지는 가파르고 멋 없는 시멘트 길.
절의 산신각 왼쪽 뒤편으로 돌아나가 능선에 올라서면 장막이 걷힌 듯 시야가 툭 트인다.
바로 앞에 바위로 이뤄진 낙조봉이 보이고 그 건너로 펼쳐진 너른 들과 갯벌， 바다， 섬， 그리고 또 바다….
제대로 된 일출을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처럼， 구름에 의한 빛의 산란에 방해받지 않고 해가 깨끗하게 지는 장면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수평선에 구름이 적당히 걸려있다가 태양빛에 물들어 노을이 되는 것도 볼만한 장관이다.
해질 무렵 시간에 맞춰 오르기만하면 시쳇말로 '필(feel)이 꽂히는' 장엄한 일몰을 볼 수 있다.
낙조대에 서면 태양은 가을 걷이가 끝난 망월들녘을 비스듬히 비추다 석모도 해명산과 상봉산에 걸리고 곧이어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외포리를 출발한 서북방노선 연락선이 느릿느릿 가로지르고 있는 바다도 덩달아 금빛으로 변하면 낙조는 절정.
정상이 있는 북쪽으로 발길을 옮겨 억새밭을 지나고 우거진 소나무 숲을 지나면 정상 못미쳐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출발했던 고천4리 마을회관.
군사기지가 있는 정상을 우회해 청련사로 내려가는 길도 있다. 〈강화＝송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