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초등학교 일대 '스티커부적' 유행
기사입력 2000-11-02 11:30
'초과학의 시대는 초미신의 시대?'요즘 서울-경기도 일대 초등학교 근처 문방구에선 이상한 부적 스티커들이 나돌고 있다.
'애인이 생기는 부적' '공부가 잘되는 부적' '돈이 붙는 부적' '행운의 부적' 등 사행심에 황금만능주의까지 부추기는 부적 스티커들이 하루에도 수십장씩 꼬마 손님들에게 팔리고 있다.
현대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시스템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 부적들이 컴퓨터와 게임 속에 빠져사는 컴퓨터시대 아동들을 홀리고 있는 것이다.
우표 보다 작은 크기의 스폰지 스티커 3장이 한세트로 500원 하는 이 부적은 값이 비싸지 않아 아이들이 손쉽게 사고 있다.
일산 신도시 A초등학교 인근의 B문구점. 이곳에서도 부적을 고르는 꼬마 손님은 쉽사리 만날수 있다. 사는 것도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르다.
평소 집에서 "공부 좀 잘해"란 말을 귀에 박히게 들어온 아이들은 '공부가 잘되는 부적'을， 이성 친구를 사귀고 싶은 친구는 '애인이 생기는 부적'， 돈을 원하는 아이들은 '돈이 붙는 부적'을 집게 마련이다.
"맨날 엄마는 '공부해라， 공부 좀 잘해라'는 잔소리만 해요. 그래서 저는 '공부 잘하는 부적을 샀어요."(박민우)
"다른 친구들은 여자 친구가 다 있는데， 저는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애는 다른 애를 좋아해요. 그래서 '애인이 생기는 부적'을 골랐어요."(김우제)
A학교 4학년 3반 친구인 이들은 각자 필요한 부적을 샀다.
아이들의 코묻은 돈을 겨냥한 부적의 과잉 광고성 문구는 정도가 심하다.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중에 하나가 바로 돈이야， 그치…? 이 부적을 지니면 앞으로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될꺼야….'(돈이 붙는 부적)
'애인이 없어 고민중? 이성 친구를 갖고 싶다면 이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녀봐! 길거리를 가다가도 좋은 인연을 만날수 있을 테니까.'(애인이 생기는 부적)
B문구점의 주인 김용만씨(32)는 "왜 이런 걸 파느냐"는 질문에 "사행심을 조장하지 않나 우려도 들지만 꼬마 손님들이 찾으니 갖다놓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에도 30∼40명씩 찾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걱정스럽다. 이정은씨(37ㆍ주부)는 "아무리 돈벌이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사행심과 황금만능주의까지 배우게 하다니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화순 기자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