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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077' 데뷔 18년차 베테랑의 대반전…'여름 저격수' 거듭났다 [부산피플]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6-04 10:03 | 최종수정 2023-06-04 10:11


'타율 0.077' 데뷔 18년차 베테랑의 대반전…'여름 저격수' 거듭났…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2사 2,3루 롯데 정훈이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3/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 정 훈! 자이언츠 정 훈! 오오오오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응원가 중 하나다.

프로 입문한지 18년, 롯데에 몸담은지 14년. 무수히 많은 인생의 고비를 이겨내고, 사실상의 원클럽맨으로 우뚝 선 선수이기에 팬들에게 갖는 의미는 더 크다.

정 훈이 또한번 일어났다. 이틀 연속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특히 팀의 고민거리였던 좌투수 공략의 해법으로 떠올랐다.

3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 KIA 선발 메디나의 완급조절에 고전 중이던 롯데는 0-3으로 뒤지던 6회말 반격에 나섰다.

상대 수비진의 실수에서 촉발된 2사 만루의 절대적 찬스. 유강남이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추격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진 2사 2,3루에서 '사직 아이돌' 김민석의 타석. KIA는 좌완 불펜 이준영을 올렸다.

그러자 롯데 벤치는 과감하게 김민석을 빼고 정 훈을 대타로 기용했다. 커리어 내내 좌투수에게 보다 강점을 보여온 그다. 클러치에서 베테랑의 경험에 기대는 마음도 있었다.

정 훈은 3유간을 빠져나가는 2타점 역전 적시타로 벤치의 기대에 보답했다. 비록 양 팀의 혈투가 이어지면서 결승타가 되진 못했지만, 단 1번의 기회에 승부를 뒤집는 '강팀' 롯데의 존재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8회말에도 2사 후 등장, 5월 한달간 무실점에 빛나는 KIA 영건 최지민을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쳤다. 다음 타자 황성빈의 잘 맞은 타구가 KIA 이창진의 호수비에 걸리지 않았다면, 결승점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타율 0.077' 데뷔 18년차 베테랑의 대반전…'여름 저격수' 거듭났…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2사 2루 롯데 정훈이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2/
정 훈이 존재감을 뽐내자 팀 분위기가 살았다. 결국 롯데는 9회말 노진혁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뒤집기를 완성했다.

정 훈은 전날도 출루 3번(1안타 2볼넷)과 더불어 타점까지 올리며 14대2, 12점차 대승에 톡톡히 역할을 다했다. 이틀 연속 맹활약이다.

정 훈은 지난 5월 4일 1군에서 말소됐다. 시즌 개막 이래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고,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의 부진 속에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의 와신상담이 큰 도움이 됐다. 타율 4할4푼4리(27타수 12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124로 코치진에 어필했고, 약 한달 만인 지난 2일 1군에 돌아왔다. 정 훈은 "2군에서 많은 타석을 소화하며 감이 좋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좌투수가 많은 KIA를 상대로 정 훈의 등록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저격수' 역할을 기대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에게 완벽하게 보답했다.

긴 연패 없이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쌓아가야할 롯데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출발은 늦었지만, '야구의 계절' 여름은 지금부터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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