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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그것이 골프다."
골프선수로서 못해본 게 없는 '골프여제' 박인비(32). 어쩌면 가장 아쉬운 순간에도 그는 대범하게 내일을 기약했다.
박인비는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의 포시즌 골프 앤 스포츠 클럽 올랜도(파71·664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0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총상금 120만달러)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쉬운 하루였다. 박인비는 3라운드까지 13언더파로 2위 김세영(27·11언더파)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했다. 3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3)에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한 것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박인비는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 박인비가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가비 로페즈(멕시코)와 하타오카 나사(일본)가 각각 66타, 68타로 맹추격 하면서 박인비와 공동 1위로 대회를 마쳤다.
연장전이 진행된 197야드 18번 홀(파3)이 끝내 박인비의 통산 20승 등극에 걸림돌이 됐다. 1, 2차 연장에서는 세 선수 모두 파를 기록했다. 하지만 3차 연장에서 박인비의 티샷이 그린 왼쪽 물에 빠지면서 먼저 탈락하고 말았다. 하타오카와 로페스는 이후 5차 연장까지 계속 파를 기록하며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해가 지는 바람에 다음날 오전 8시(한국 시각 20일 밤 10시)부터 6차 연장을 이어가기로 했다.
박인비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18번 홀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혔다. "18번 홀이 어제와 오늘 발목을 잡은 것 같다. 샷이 나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막판에 약간 발목을 잡혔다. 오늘 라운드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핀에 공을 가깝게 붙인 샷이 많지 않았고 퍼팅도 많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복기했다.
하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오늘 언더파를 쳤으면 우승을 했겠지만 그게 골프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인비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전반기에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선수 중 세계랭킹 6번째(고진영-박성현-김세영-이정은-김효주)라 전반기 우승을 통해 랭킹을 끌어올리려는 복안.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면 최근 슬럼프를 단숨에 날리며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 박인비는 지난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이후 2년간 우승이 없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는 통산 20승이 걸려 있었다. 달성할 경우 2003년 박세리(25승·은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대기록이 된다.
비록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긍정적인 출발이다. 도쿄 올림픽을 향한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는 2020 시즌에 맞은 첫 번째 대회이고, 좋은 경기를 했다. 오늘만 조금 아쉬웠지만 지난 3일 동안은 정말 좋았다. 확실히 이번 주에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한편, 3라운드까지 선두 박인비에 2타 뒤진 2위였던 김세영은 이날 1타를 잃어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허미정(31)이 8언더파 63타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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