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정민의 집념과 변화, 기록적 우승을 만들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6-04 05:00


제공=KLPGA/박준석

"야, 너 왜 여태 안 들어가?"

2일 롯데 칸타타오픈이 열린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를 기록하며 3타차 선두로 나선 조정민(24·문영그룹)은 오후 내내 연습 그린과 드라이빙 레인지를 쉴 새 없이 오갔다. 퍼팅 연습을 하고 아이언샷 점검을 했다. 오전조 선수들이 거의 다 숙소로 돌아가 한산해진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연습장을 떠날 줄 몰랐다.

"주로 퍼팅을 점검했어요. 어제 이야기한 대로 퍼팅 스트로크의 모양이 아니라 홀을 향해 보내는 직진력을 체크했죠. 16번홀 짧은 퍼팅의 잔디가 홀 방향의 반대로 누운 역결이었는데 거기서 효과가 있었던 거 같아요."

집념과 변화가 이뤄낸 우승이었다. 조정민이 54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며 1년10개월여 만에 통산 3승에 성공했다.

조정민은 3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319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롯데 칸타타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우승상금 1억2000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2라운드까지 17언더파로 36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웠던 그는 3라운드 최종합계 23언더파 193타의 압도적 스코어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54홀 23언더파는 KLPGA투어 54홀 최소타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6년 E1채리티오픈에서 배선우(24·삼천리)가 1~3라운드에서 기록한 20언더파 196타. 조정민은 이번 대회 54홀 중 절반인 27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절정의 샷감을 뽐내며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우선은 우승이 목표였기 때문에요. 54홀 신기록은 물론 영광스럽고 만족스럽죠."

조정민은 2위 최민경(25·휴온스)에 3타 앞선 채 챔피언조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최민경의 추격이 거셌다. 조정민이 전반에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최민경이 3타를 줄여 17언더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전반에 치고 나가려는 생각이 있었는데 벙커로 가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최)민경 언니가 따라올거라 생각을 이미 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후반에 연속 버디로 모멘텀을 타서 신나게 칠 수 있었습니다."


제공=KLPGA/박준석
조정민은 승부사였다. 동타를 허용한 후반부터 오히려 강약 조절을 통해 흐름을 가져왔다. 피할 곳은 피하고, 과감히 공격할 곳은 공격하는 완급조절로 게임을 지배했다. 11번홀에서 3m 내리막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1타차로 다시 앞선 그는 13번홀부터 4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최민경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리디아 고(21)와 함께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조정민은 2013년부터 KLPGA투어서 뛰면서 2016년 달랏 챔피언십과 MBC플러스 여자오픈 등 통산 2승을 거둔 바 있다. 올 시즌에는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10개 대회에 출전, 모두 컷을 통과했으나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 with SBS Golf에서 거둔 6위가 유일한 '톱10' 입상일 뿐이었다. 골프에 흥미를 잃을 정도였다.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그는 변화를 통해 이러한 부정적 생각을 몰아냈다. 팔에 '모든 순간은 기회다(Every moment is an opportunity)'라는 문신을 새기고 안경도 벗어던졌다. 멘탈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의 내면을 강화했다.


제공=KLPGA/박준석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가지 변화를 주려고 했죠. 우선 강약 조절, 둘째 나쁜 기운 잘라주려는 노력, 어려운 상황이 와도 패닉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해답은 자신 안에 있었다. 멘탈 안정과 함께 샷감과 퍼트감이 동시에 돌아왔다. 남은 시즌 KLPGA 무대를 호령할 강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최민경은 마지막날 3타를 줄이며 생애 첫승에 도전했으나 생애 최고 성적인 단독 2위(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에 만족해야만 했다. 김지영(22·올포유)은 전날 조정민이 수립한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인 10언더파 62타로 단독 3위(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했다. 대회 최초의 2연패에 도전했던 김지현(27·롯데)은 배선우, 최가람(26·문영그룹), 최은우(23·볼빅)와 함께 공동 4위(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연주(26·SBI저축은행)는 8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6타를 줄여 공동 6위(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했다.


서귀포(제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