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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 in 골프]'최강 양박' 박인비 박성현, 다른 상황과 다른 마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4-02 05:20


'70-69-67 vs 68-64-74'

1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ANA인스퍼레이션 3라운드까지 박인비(30)와 박성현(25)이 각각 기록한 라운드 별 기록이다. 1일 현재 두 선수 모두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수치는 같지만 상황과 느낌은 살짝 다르다. 박인비는 아래서 올라온 3위, 박성현은 위에서 내려온 3위다. 파이널 4라운드는 2일 새벽 5시45분 부터 시작됐다.

1위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와는 4타 차. 몰아치기에 능한 두 선수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거리다. 관건은 심리, 그로 인해 야기되는 퍼팅이다.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최강 양 박 두 선수.

실력은 이미 검증된지 오래다. 유일한 적은 자기 자신 뿐. 첫 메이저대회인 이번 대회 뿐 아니라 올시즌 농사를 가늠할 변수는 마음이다.


사진제공=LPGA
박인비의 워라밸,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벙커샷과 퍼트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3라운드에서 이같은 노력이 빛을 발했다. 박인비는 9번홀부터 12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이후 샷이 다소 흔들렸다. 위기가 있었지만 연습해 놓은 벙커 세이브와 퍼팅으로 극복하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3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그는 "앞선 이틀에 비해 그린 위 플레이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며 "첫날 벙커에서 좋은 찬스를 놓쳤는데 오늘은 세 번 다 세이브를 해서, 그게 타수를 많이 잃지 않았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부상 복귀 해인 올시즌 박인비는 유독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일터인 골프장과 삶터인 가정에서의 균형 있는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 때론 '단절'과 '분리'가 고민에 대한 해답일 때가 있다. 성공이든 돈이든 오직 그것만 보고 달린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다. 이미 많은 성공과 경험 속에 이같은 지혜를 체득한 듯 하다.


가족과 함께 현지에 와 계신 아버지에게 갤러리 그랜드 슬램을 선물하는게 목표라는 박인비는 '포피 연못 동반 다이빙'에 대해서는 정작 "너무 많은 부담감을 가지면 쉽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생각하지 않고 내일 파이널 경기하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일과 삶이 행복의 균형을 찾으면 자신을 객관화 하기가 쉬워진다. 약점을 보완하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박인비.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될 조짐이다.


사진제공=LPGA
박성현의 부담감, '현재에의 집중'만이 답이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 전까지 시즌 초반 흐름이 썩 좋지 않았다. 앞서 출전한 4개 대회에서 한 번도 2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잘됐던 퍼팅이 썩 좋지 않았다. KIA 클래식에서는 LPGA투어 33개 대회 연속 컷 통과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처음으로 컷 탈락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성급한 '2년차 징크스' 이야기까지 흘러 나왔다. 종목을 떠나 '2년차 징크스'는 마음에서 나온다. 혜성 처럼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선수는 이듬해 당연히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다. 매 시즌, 매 경기가 제로부터 새로 시작되는 것임에도 세상의 기대치는 이미 너무 높은데서 출발한다.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맞추려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리듬과 사이클에서 일탈하기 쉽다. 특히 골프클럽이나 야구배트 등 도구를 사용하는 운동일수록 더욱 그렇다.

박성현에게 2년차 슬럼프를 언급하는 건 이르다. 1,2라운드에서 36홀 합계 대회 최소타인 12언더파를 기록한 뒤 박성현은 "지난 대회에서 컷오프 되고나서 주어진 시간들이 굉장히 소중했다. 컷오프 되고서 마음이 아팠지만 이번주에 좀 더 긴장을 하면서 친 것이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동 1위로 올라선 채 맞은 3라운드. 박성현은 쇼트게임과 퍼팅 미스 속에 2타를 잃은 채 아쉬운 라운드를 마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조금 아쉽다"면서도 "스코어가 안 좋았지만, 분명히 좋은 샷도 많았고 잘해낸 세이브도 많았기 때문에 내일 훨씬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올 거로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 한 타, 한 타 치고, 그저 한 샷 한 샷에만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이다. 이미 스스로 답을 알고 있다. 시즌 초반, 업다운을 겪고 있는 박성현.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 바로 지금 이 순간, '현재에의 집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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