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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24·미래에셋)가 1년10개월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신지애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의 리버 코스(파71·638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폴라 크리머(미국)와 동타를 이뤘다. 신지애는 크리머와 18번홀(파4)에서 8차전까지 가는 연장전을 치렀으나 모두 파로 비겼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해가 저물어 경기를 중단시켰고 10일 밤 10시에 재개하기로 했다. 이틀간 진행된 연장전은 전날의 팽팽했던 접전과는 달리 순식간에 승부가 났다. 이날 첫 홀이었던 9차전에서 크리머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파퍼트를 실패했다. 신지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m 거리의 버디 퍼트에 실패했지만 50㎝거리의 파퍼트에 성공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허리와 손등 부상으로 오랜 기간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신지애는 오랜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9차 연장전은 LPGA 투어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연장 승부였다. 서든 데스 방식의 최장 연장전은 1972년 코퍼스 크리스티 시비탄 오픈에서 나온 10차전이다. 이 대회에서는 조 앤 프렌티스가 연장 10번째홀에서 산드라 파머와 케이시 위트워스를 꺾고 우승했다.
18번홀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신지애와 크리머는 한치의 양보 없는 샷대결을 벌였다. 신지애는 연장 1차전에서 2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서 한숨을 쉬었다. 3차전에서는 신지애와 크리머 모두 그린 주변의 벙커에 공을 빠뜨려 벙커샷 대결을 벌였지만 둘 다 파로 모두 막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7차전에서는 크리머가 그린 왼쪽 벙커의 턱에 걸린 공을 홀 2m 이내에 붙여 위기를 넘겼다. 신지애가 4m 거리에서 친 회심의 버디 퍼트도 홀 앞에 멈췄다.
결국 8차전에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신지애는 이틀간에 걸친 크리머와의 연장 승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위한 청신호를 켰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