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둘이었다. 지난주 최나연(24·SK텔레콤)은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청야니(22·대만)에게 여러 가지를 통째로 내줬다. 자신의 LPGA 시즌 첫 승, 프로 투어 개인통산 10승, 그리고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의 전무후무한 3연패까지.
준우승을 한 최나연은 청야니에게 우승을 내준 뒤 "나는 100%를 다했다. 하지만 (청)야니는 더 잘 쳤다. 지금으로선 야니를 꺾을 선수가 안보인다. 누가 야니를 꺾을 수 있을 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속상할 법도 했지만 확실한 패배를 시인하며 호적수를 칭찬했다. 특히 마지막 3라운드 13번홀에서 청야니는 옆홀인 14번홀로 티샷을 날린 뒤 홀을 가로질러 투온에 성공, 이글찬스를 잡아내기도 했다. 13번홀에서 스리온을 한 최나연도 버디, 청야니도 버디에 그쳤지만 샷의 창의력과 장타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최나연은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상대를 올리고 자신을 내렸다.
최나연은 자신의 처한 상황을 솔직히 인정하고, 또다른 발전을 생각했다.
그리고 1주일 뒤.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장(파71·6208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최나연은 합계 15언더파로 우승했다. 청야니가 합계 14언더파로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올해 6승을 거둔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이날만 6타를 줄이며 막판까지 최나연을 압박했다.
최나연과 청야니, 브리타니 랭(미국)은 공동 선두와 2위가 되는 등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강한 정신력 싸움에서 최나연이 막판에 승리했다.
지난해 LPGA 투어 상금왕 최나연의 올시즌 첫 승이자 올시즌 한국 선수 LPGA 투어 2승이다. 유소연(21·한화)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초청선수 입장이었다. 사실상 미국 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중에선 최나연이 올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랭킹 1위였던 신지애(23·미래에셋)가 약간의 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나연의 우승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맏언니' 박세리도 합계 10언더파 4위로 선전을 펼쳤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