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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규, 하늘이 보내준 두번째 선물 받았다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07 14:56


◇조니워커오픈 우승컵을 들고 있는 박도규. 사진제공=KGT

박도규(41·투어스테이지)는 2007년 4월 한국프로골프(KPGA) 연우헤븐랜드오픈 정상에 오른 뒤 "하늘이 내려준 우승이다"는 이색 소감을 밝혔다. 짙은 안개로 4라운드가 취소되자 3라운드 선두였던 자신에게 행운의 우승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맞은 올해 조니워커오픈(총상금 3억원)은 4년 전의 데자뷰였다. 7일 제주 오라골프장(파72·7195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 4라운드는 태풍 무이파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쳐 취소됐다. 그러자 박도규가 다시 한번 하늘에 절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204타로 선두에 올랐던 그에게 우승컵이 돌아간 것. 이 대회 두 차례 준우승의 한을 풀게 됐다.

하늘이 박도규에게 내려준 두번째 선물인 셈이다. 그는 연우헤븐랜드오픈에 이어 4년 만에 맛본 우승 역시 하늘의 도움을 받게 됐다. 두 대회 연속 54홀 우승이란 진기록을 세운 그는 "그동안 우승 욕심을 버리고 기다리는 심정으로 대회를 치러왔는데 오늘 우승이 찾아왔다"며 웃었다.

노력한 자에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그립을 연구하고 시도한 결과다. 그는 퍼트할 때 남들과는 다른 그립을 쥐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집게 그립'으로, 왼손은 보통 그립과 같지만 아래쪽의 오른손은 붓을 쥐는 모양새를 취한다. 2001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의 '페인트 브러시 그립'을 보고 독학으로 훈련해 온 것이다. 그는 그립을 바꾼지 2주 만에 충청오픈에서 우승하더니 2002년 유성오픈, 2004년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했다.

우승의 열쇠가 된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22m 긴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것도 '집게 그립' 덕택이었다. 그는 이 버디로 2위 김성윤(29·동산밸브)을 한 타차로 따돌렸다. "집게 그립은 5m 안팎 중거리 퍼팅에서 방향과 거리를 맞추는데 탁월하다"는 그는 "'집게 그립의 박도규가 4년 만에 우승했다'는 걸 뉴스 헤드라인으로 써달라"며 웃어보였다.

노장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최근 KPGA 투어 무대에서는 노장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40대들은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날리는 20~30대 후배들에게 기를 못 피고 있다. 40대 우승자는 2009년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정상에 올랐던 강욱순(45·타이틀리스트)이 마지막이었다. 박도규가 40대 부활에 앞장서게 됐다. 그는 "후배들과 경쟁하려면 골프도 잘 쳐야 하지만 체력도 좋아야 한다. 2주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한 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45세까지는 젊은 후배들과 우승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회장님'의 우승이기도 했다. 선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선-후배들 복지 개선을 위해 대회 참가 중 여기저기에 하소연한다. 그렇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이런 이유로 우승하기가 쉽지 않은데 극복했다. 그는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은 다른 걱정 없이 골프에만 집중해야 한다"면서 "때에 따라서는 선배로서 막말도 해가며 후배들을 이끌고 나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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