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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규(41·투어스테이지)는 2007년 4월 한국프로골프(KPGA) 연우헤븐랜드오픈 정상에 오른 뒤 "하늘이 내려준 우승이다"는 이색 소감을 밝혔다. 짙은 안개로 4라운드가 취소되자 3라운드 선두였던 자신에게 행운의 우승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노력한 자에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그립을 연구하고 시도한 결과다. 그는 퍼트할 때 남들과는 다른 그립을 쥐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집게 그립'으로, 왼손은 보통 그립과 같지만 아래쪽의 오른손은 붓을 쥐는 모양새를 취한다. 2001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의 '페인트 브러시 그립'을 보고 독학으로 훈련해 온 것이다. 그는 그립을 바꾼지 2주 만에 충청오픈에서 우승하더니 2002년 유성오픈, 2004년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했다.
우승의 열쇠가 된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22m 긴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것도 '집게 그립' 덕택이었다. 그는 이 버디로 2위 김성윤(29·동산밸브)을 한 타차로 따돌렸다. "집게 그립은 5m 안팎 중거리 퍼팅에서 방향과 거리를 맞추는데 탁월하다"는 그는 "'집게 그립의 박도규가 4년 만에 우승했다'는 걸 뉴스 헤드라인으로 써달라"며 웃어보였다.
'회장님'의 우승이기도 했다. 선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선-후배들 복지 개선을 위해 대회 참가 중 여기저기에 하소연한다. 그렇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이런 이유로 우승하기가 쉽지 않은데 극복했다. 그는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은 다른 걱정 없이 골프에만 집중해야 한다"면서 "때에 따라서는 선배로서 막말도 해가며 후배들을 이끌고 나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