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에서 넉달 구른 KLPGA 뼈아픈 교훈

◇구옥희 KLPGA 회장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이번 내홍의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7일 KLPGA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대식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회원들과 후원해 주신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취임 일성이 마치 대국민 사과 선언문이다. KLPGA의 현 주소다.

지난 넉달간 KLPGA는 협회 권력을 놓고 끊임없는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 지난 15일 법원은 구옥희 KLPGA 회장과 강춘자 부회장 등 집행부 5명에 대한 직무 집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 집행부 반대편에 선 김미회 전 전무의 '잘못된 절차에 의한 총회 무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법정대리인인 김 변호사를 급파해 당분간 협회 업무를 임시로 이어가게 했다.

지난 3월 선종구 전 회장이 '1세대 선수' 출신 이사들의 반발 속에 사퇴한 뒤 KLPGA는 이전투구에 빠졌다. 선 회장이 물러난 뒤 이틀만에 임시총회를 열어 한명현 부회장이 회장직무대행을 맡았으나 하룻만에 쿠데타의 주역인 구옥희 회장-강춘자 부회장 라인이 들어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법률 자문 끝에 무효화가 됐다. 4월 7일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구옥희-강춘자 체제가 재신임을 받았지만 석달여만에 법원으로부터 또 다시 절차가 무시된 총회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버젓이 정관이 있는 사단법인 단체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 세번씩이나 총회 절차가 무시됐다.

협회를 손아귀에 넣었다가 3개월만에 실각한 구옥희-강춘자 라인과 김미회 전 전무측은 '제2차 법정 싸움'을 준비 중이다. 구옥희 회장은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고, 김미회 전 전무 역시 자료를 수집해 기나긴 법정 다툼에 대비하고 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낯뜨거운 멱살잡이다.

협회 소속 선수들은 다른 입장에 선 선배들의 양손 잡아당기기에 이골이 났고, 대회 주최 스폰서들 역시 모양새가 나빠질까 전전긍긍이다. 그동안 사무국 살림을 맡았던 유능한 직원들도 여럿 KLPGA를 떠났다.

그래도 현 집행부는 이번 사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절차가 잘못 됐을 뿐 대다수 회원과 대의원의 마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이것이 전부인가. 이래선 안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데 대한 책임은 막중하다. 이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협회의 명예, 회원들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다. KLPGA는 하루 아침에 동네 구멍가게로 전락했고, 회원들은 원치않는 반목을 해야만 했다.

큰 잘못을 했는데 이를 책임지겠다는 이는 나오지 않는다. 권리는 탐나고, 의무는 지기 싫고, 욕심은 더더욱 버릴 수 없다는 얌체의 모습. 향후 총회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눈들이 많다.박재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