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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사별-새사랑-디오픈 우승. 43세 기적 대런 클라크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7-18 02:42


◇알리슨 캠벨과 대런 클라크. 사진 출처=텔레그라프지 홈페이지 캡쳐

2000년 PGA투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선 눈으로 보고도 믿기힘든 이변이 일어났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이른바 '타이거 슬램'이라는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우즈가 결승전에서 만만한 상대였던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에게 4홀을 남기고 3홀 차 참패를 당했다. 유럽투어 5승을 했던 클라크가 세계 골프 중앙 무대로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11년만에 클라크는 43세의 나이에 또 한번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제140회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등극은 1990년 프로턴을 한뒤 최고 영광이다.

클라크는 18일(한국시각) 잉글랜드 로열 세인트 조지스골프장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날 경기에서 타수를 잃지 않으며 합계 5언더파로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합계 2언더파) 등 두명의 장타자를 누르고 우승했다. 무너질 상황에서 클라크는 파를 세이브했고, 불같은 상승세를 탔던 미켈슨은 후반에 자멸했다. 선두를 따라잡을 찬스가 있었던 존슨은 '수에즈 운하홀'이라 불리는 14번홀에서 세컨드샷 OB로 무너졌다.

북아일랜드 팬들은 클라크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부른다.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유럽투어 13승(PGA투어 3승)째를 거뒀지만 늘 이미지는 '이웃집 아저씨'다.

1m88, 100㎏의 넉넉한 몸매에 잘 웃는다. 낚시를 좋아하고, 시가와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체인 스모커, 또 좋은 와인을 즐기고, 스포츠카와 리버풀FC의 광팬이다. 고급 시가를 사기위해 연간 4000만원을 쓸 정도의 기분파다.

이날도 13번홀 티샷을 한뒤 페어웨이를 걸어가던 클라크는 부담감을 털어내려는 듯 두번째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오른손으로 감추며 살짝 살짝 피는 최소한의 매너도 잃지 않았다.

필드에선 배짱넘치는 파이터지만 가장으로서는 마음이 여린 남자다. 2006년 사랑하는 아내 헤더를 유방암으로 잃었다. 2004년과 2005년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투어 출전을 삼가하기도 했지만 끝내 사랑하던 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자주 친구들을 집에 불러 술한잔을 하는 등 사람을 좋아했던 클라크였다. 동료애도 남달랐다. 폴 맥긴리(아일랜드)는 클라크를 위해 그주 대회 불참을 선언해 버렸다. 친구 아내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도 상금 전액을 클라크가 원하는 자선단체로 보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내의 장례식이 있은 지 3주 뒤 클라크는 2006년 라이더컵에 주장 추천선수로 나서 3승을 따내며 유럽팀에 승리를 안겼다. 마지막날 자크 존슨(미국)과의 매치플레이가 끝난 뒤 18번홀에서 클라크는 아내 생각에 펑펑 울었다.


하지만 사랑은 사랑으로만 치유되는 법. 2009년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이 나이트클럽에서 소개팅을 주선했고, 미스 북아일랜드 출신인 알리슨 캠벨을 만났다. 클라크는 알리슨이 누군지도 몰랐다. 둘은 금방 사랑에 빠졌고, 2010년 12월 약혼했다. 이날 역사적인 브리티시오픈 우승 퍼트를 넣은 뒤 클라크는 부모님과 포옹한 뒤 알리슨에게 기쁨의 키스를 퍼부었다.

알리슨과 클라크의 두 아들 타이런(12), 코너(9)는 친하다. 또 알리슨과 전 남편과의 사이의 두 아들인 스튜어트(22)와 필립(19) 역시 클라크와 자주 어울린다.

클라크는 "알리슨은 대단한 사람이다. 늘 내게 웃음을 준다. 나는 장미 꽃다발과 갖은 선물을 줬지만 알리슨은 카드 한 장 쓴 적이 없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인구가 170만명에 불과한 영국의 북아일랜드는 US오픈에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에 이어 클라크가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면서 2대회 연속 메이저 챔피언을 배출했다.

토마스 비욘(덴마크)이 합계 1언더파 4위, 재미교포 앤서니 김이 합계 이븐파 공동 5위를 기록했다.

한국선수 중에선 '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양용은은 이날 2타를 잃으며 합계 5오버파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노승열(20)은 이날 3타를 잃으며 합계 9오버파 공동 30위권를 차지했다. '맏형' 최경주(41·SK텔레콤)는 합계 11오버파 공동 44위에 랭크됐다. '막내' 황중곤(19)은 혼자 티오프를 했다. 2시간 남짓 만에 18홀을 돌아 합계 24오버파 71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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