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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야드컵을 빛낸 정산골프장 자원봉사 하모니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7-03 14:44


◇정산골프장 회원 자원봉사자(중앙에서 모자를 쓰고 팬말을 든 사람)가 선수들이 티샷을 하는 동안 갤러리 정숙을 유도하고 있다. 김해=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에서는 특별한 복장(노란셔츠에 챙이 큰 페도라 모자)의 '마샬(골프 코스내 경기진행 요원)'이 코스를 누볐다.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아닌 중년, 때로는 나이 지긋한 노신사도 있었다.

이들은 경남 김해 정산골프장의 회원들이다. 회원제 코스인 정산골프장은 소수 정예인 280명의 정회원이 있는데 이번 대회에 60명이 넘는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회원이 직접 자원봉사로 나선 것은 국내 최초다. 이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스코틀랜드의 명문 골프장 9개를 순회하면서 열리는 브리티시오픈 등 세계적인 대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러운 장면이다.

이번 자원봉사는 단순한 참여 수준이 아닌 한달 넘게 계획된 대규모 이벤트였다. 지난달 의기투합한 정산골프장 회원들은 3개 분임조로 인원을 나눴다. 벙커정리와 통역, 선수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 관리. 이를 위해 의상도 자비를 들여 맞춰 입었다.

이번 밀리언야드컵에는 대회 진행에 방해가 될 수있는 코스내 벙커 고르개가 없었다. 코스에는 잔디와 모래만 있었다. 벙커 정리는 대기하고 있던 자원봉사를 맡은 회원들이 직접 했다. 이를 위해 자원봉사단 양우석 회장은 가벼운 접이식 벙커 고르개를 직접 고안해 제작해 왔다. 양 회장은 "대다수 회원이 기업가, 교수, 병원장, 의사 등으로 바쁜 몸이지만 다들 열심히 준비했다. 대회 열흘전 결단식을 했고, 5차례 사전 교육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매일 대회 1시간 30분전에 미팅을 했고, 대회가 끝나면 1시간 가량 반성과 다짐의 시간도 가졌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종종 진행 때문에 마찰이 빚어진다.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샬을 맡기 때문에 크고 작은 소음이 생긴다. 이들은 골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지난 4월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오히려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회원 자원봉사단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을 직접 통솔하고, 선수들의 플레이 상황을 체크하며 경기 진행을 원활하게 했다. 대회 2라운드에서 일본 최고스타 이시카와 료는 9번홀 페어웨이 벙커샷을 준비중이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팻말을 들어 갤러리의 진행을 막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를 본 회원 자원봉사자가 직접 갤러리를 멈추게 했다. 이시카와의 샷은 그린에 안착했고, 이시카와는 회원 자원봉사자를 향해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양용은은 "골프장 회원들이 직접 자원봉사를 맡는 것을 보니 참 아름답다"고 했다.

서춘식 정산골프장 사장은 "이번 대회는 회원과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했다. 사랑과 희생, 나눔정신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며 흐뭇해 했다. 김상채 회원(김해 중앙병원장)은 "36홀 라운드보다 더 힘들었지만 스스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단 중 최연장자인 박태문 회원(70)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까 고되도 기쁘다. 다만 한국 젊은이들의 체력은 큰 일이다.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후반홀 들어서는 제대로 걷지 못한다. 체력은 국력아닌가"라며 껄껄 웃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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