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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상금왕인 최나연(24·SK텔레콤)은 귀국후 올초 시즌 전망을 하면서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신지애(23·미래에셋)와 함께 LPGA를 쥐락펴락하는 최나연이지만 "외국 선수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진다"고 했다.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브리타니 린시컴, 모건 프레셀 등 미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청야니(대만),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 다른 동양권 선수들도 경계 대상이다.
매년 10승 내외를 합작하며 승승장구하던 한국 선수들이 주춤하고 있다. 올해 8개 대회가 열렸는데 아직 우승이 없다. 이제 14개 대회밖에 남지 않았다. 왜 일까.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철저하게 경쟁속에서 성장한 한국 선수들을 처음에는 '골프 기계'라며 손가락질 했지만 최근 10년간 한국선수들이 모은 우승컵을 마냥 무시할 순 없었다. 크리스티 커는 취미생활을 줄였다고 털어놨고, 폴라 크리머도 동계훈련 기간을 늘렸다고 밝혔다. 반대로 한국 선수들은 10년전 박세리나 김미현처럼 볼만 치진 않는다. 볼만 치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세대가 변했다는 거다.
6일(한국시각) '에이스' 신지애가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공동 2위를 했다.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 돌체 시뷰 골프장(파71)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를 기록했지만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에 1타가 모자랐다. 3타 차 4위로 3라운드를 맞은 신지애는 한때 단독 선두로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짧은 퍼트가 발목을 잡았다. 거침없는 티샷, 정교한 아이언샷, 안정된 퍼트로 '파이널 퀸(마지막날 유난히 잘 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역전의 여왕'이라 불리던 신지애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LPGA 미즈노클래식 우승 이후 LPGA 준우승 2차례, 유럽투어에서 준우승 1차례를 기록했다. 일단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악착같이 움켜쥐던 과거의 모습은 아니다. 골프에서 준우승은 컷탈락 다음으로 아쉬움을 큰 순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또 준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는 앞뒤 재지 않고 '새 가슴'이라 놀림을 당한다.
신지애는 "지난 2개 대회에서는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제 샷 감각이 살아났다. 시력 교정 수술 이후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서서히 적응해 가고 있다"는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신지애의 시력 교정이 골프, 특히 짧은 퍼트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날 신지애는 1.5m 내외의 버디와 파퍼트를 몇 차례 놓쳤고, 5타를 줄였음에도 결국 이것 때문에 우승을 못했다.
오히려 린시컴이 예전 신지애가 보여줬던 '끊임없는 인내 골프'를 과시했다. 린시컴은 짧은 버디 퍼트가 계속 돌아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끝질기게 파세이브를 했고 다음 홀 티샷이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18번홀에서 보여준 덤불속 어프로치샷의 집중력은 신지애도 칭찬할 정도였다.
LPGA의 평준화. 한국 선수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