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도 너무 이른 '시즌 1호 버막', 포항이라 더 충격적…메시지는 확실하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5-02-27 05:50


일러도 너무 이른 '시즌 1호 버막', 포항이라 더 충격적…메시지는 확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일러도 너무 이른 '시즌 1호 버막', 포항이라 더 충격적…메시지는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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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올해도 어김없이 '버막(버스막기)의 시간'이 찾아왔다.

'버막'은 응원하는 팀이 부진할 때,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막고 항의하는 과열된 팬 문화다. 지난 2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과 포항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에서 '시즌 1호 버막'이 발생했다. 전반 43분 이호재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포항이 후반 막바지 이지호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1대2 역전패를 당하자, 이에 분개한 일부 포항팬이 포항 선수들을 태우고 퇴근하는 선수단 버스 앞을 막았다. 박태하 포항 감독과 일부 선수들은 개인 차량으로 퇴근해 당시 버스에는 일부 선수와 스태프만이 탑승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를 막은 해당 팬들이 분노한 이유는 명확하다. 성적 부진이다. 포항은 대전과의 리그 개막전 홈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0대3으로 패했다. 2014시즌 이후 11년만에 개막 2연패를 당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까지 포함하면 4연패. 4경기에서 단 3골을 넣고, 경기당 3실점이 넘는 14골을 헌납했다. 실점 절반이 후반 30분 이후에 나올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은 팬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박 감독은 "아스프로가 퇴장한 첫 경기부터 꼬였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버막' 사태가 발생한 현 상황에 대해선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포항의 부진을 '2025년 2월의 부진'으로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2024년 7월~9월 리그 6연패 부진'까지 연결지을 것인가라 할 수 있다. 포항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팬은 6연패 늪에 빠진 순간부터 강원전까지 리그 16경기에서 단 2승만을 거둔 점을 꼬집는다. 현 박 감독 체제로는 반전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2022시즌 3위, 2023시즌 2위를 한 포항은 지난 시즌 리그 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코리아컵(구 FA컵) 우승 결과까지 묶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도 리그에서 고작 2경기를 치렀을 뿐'이라며 반대 의견을 지닌 포항팬도 존재한다. 이번 '버막'도 상당수의 서포터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러도 너무 이른 '시즌 1호 버막', 포항이라 더 충격적…메시지는 확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팬은 지난해 6연패 상황에서 맞은 강원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버스를 열렬한 환호로 맞이해 박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을 감동케 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1월 울산을 꺾고 코리아컵 우승을 한 뒤 "시즌 중 6연패를 할 때도 팬분들이 '버막' 대신 응원을 해 선수들에게 힘을 줬다. 우리에겐 극복할 수 있는 큰 자양분이 됐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불과 석달만에 다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전통명가 포항 역사상 첫 '버막'으로 알려진 이번 팬들의 행동이 비록 일부의 돌발 행동일지라도 선수단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포항다움을 되찾고, 반드시 반전을 해야 한다'는 것. 박 감독이 강원전을 마치고 직접 밝혔듯, 강행군에 따른 체력 문제는 결과 앞에선 변명에 불과하다. 다음달 1일 홈구장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리는 선두 대구와의 3라운드는 '박태하 포항'의 운명을 좌우할지 모르는 중요한 매치업으로 꼽힌다.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희망섞인 기대보단 '포항은 영원히 강하다'라는 팬 걸개에 어울리는 포항만의 색깔을 경기장에서 펼쳐보일 필요가 있다. 박 감독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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