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바꾸고, 에너지 레벨 높이고' 호된 신고식을 기회로 바꾼 정경호 감독의 '오답 노트'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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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26 09:32 | 최종수정 2025-02-26 10:18


'전술 바꾸고, 에너지 레벨 높이고' 호된 신고식을 기회로 바꾼 정경호 …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술 바꾸고, 에너지 레벨 높이고' 호된 신고식을 기회로 바꾼 정경호 …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시 준비된 지도자다.

정경호 강원FC 감독이 빠르게 답을 찾으며, 빠르게 첫 승을 신고했다. 강원은 23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개막전 패배를 씻은 정 감독은 2경기만에 강원 데뷔승을 챙겼다.

빠른 반등이다. 강원은 16일 대구FC와의 개막전에서 1대2로 패했다. 결과도 아쉬웠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 점유율부터 43대57로 크게 밀렸다. 슈팅수도 8대19로 압도당했다. 정 감독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고 할 정도였다. 개막 전부터 우려했던 약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지난 시즌 강원의 핵심이었던 양민혁 황문기가 빠진 오른쪽 측면 위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가브리엘이 선제골을 넣는 등 살아난 모습이었지만, 양민혁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할 마리오의 능력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스쿼드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대구의 경기력이 좋기도 했지만, 이에 대항하는 강원 선수들의 플레이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소위 눈에 불을 켜고 하는 선수는 데뷔전을 치른 '신인' 이지호 뿐이었다. 뛰는 양에서도 상대를 이기지 못하자, 강원 특유의 능동적인 축구가 나오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정 감독이 첫 경기임에도 이례적으로 "강원이 지난 시즌 준우승에 취해 있는 것 같다. 지금 이런 경기력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분위기를 절대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간절하고 절박하게 뛰어야 한다"고 질타를 한 이유다.


'전술 바꾸고, 에너지 레벨 높이고' 호된 신고식을 기회로 바꾼 정경호 …
대구전 패스맵(왼쪽)-포항전 패스맵. 사진캡처=비프로일레븐
포항전을 앞둔 정 감독은 오답 노트를 필승 노트로 바꿨다. 일단 선수단과 미팅을 통해 정신력을 깨웠다. 이후 전술에 손을 댔다. 지난 시즌 재미를 봤던 4-4-2를 과감히 버렸다. 미드필더 최한솔을 센터백으로 내린, 변형 스리백을 기반으로 한 3-4-3 카드를 꺼냈다. 오른쪽은 빠르게 수술했다. 오른쪽 풀백 강준혁을 왼쪽으로 보내고 중앙 미드필더 이유현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왼쪽에서 뛰던 윙어 이지호도 오른쪽으로 보냈다.

핵심은 중원이었다. 지난 대구전에서 강원은 295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패스 성공 415개의 3분의 2 밖에 되지 않았다. 정 감독은 빌드업 체계를 바꿨다. 이기혁에 집중됐던 빌드업이 최한솔을 거치며 한층 풍성해졌다. '중원의 핵'이자 '캡틴' 김동현에게 향하는 볼이 크게 늘어났다. 강준혁과 이유혁을 인버티드 풀백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좌우 스토퍼로 포진한 이기혁과 강투지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키며, 중원 숫자를 늘린 것도 주효했다. 강원은 포항전에서 대구전 두배엘 달하는 516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볼을 점유하자, 오른쪽 라인도 살아났다. 대구전에서 강준혁-김민준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공격으로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정 감독은 이지호의 위치를 높은 위치로 올리고 이지호와 이유현 사이에 김강국을 위치시키며, 전개의 다양성을 가져왔다. 이지호는 가브리엘 보다 높은 위치에서 뛰며 골을 노렸고, 멀티골까지 쏘아올리며 기대에 100% 부응했다. 정 감독의 숨은 마법이 만든 결과였다.

일찌감치 '전략가'로 불렸던 정 감독은 초보 답지 않은 유연하면서도, 대담하고, 재빠른 수정으로 위기를 넘겼다. 정 감독은 "대구전 끝나고는 '정경호 쉽지 않겠네'라고 생각했을 거다.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동기부여 하게 만든다. 멀티성 있는 포메이션, 포지셔닝으로 상대를 어렵게 하는 우리 게임 모델이 여전히 위력적임을 알렸다. 강원은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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