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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벤치에 안앉아보셨잖아요? 벤치, 강등 등 선수 시절 다양한 경험이 선수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같아요."
차 감독은 23일 오후 2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질 '하나은행 K리그2 2025' 개막전이자 화성 창단 첫 경기, 자신의 사령탑 데뷔전 성남FC 원정을 앞두고 환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마주했다.
차 감독의 화성은 올시즌 처음으로 K리그2에 합류한 신생팀이다. 현역시절 열정 넘치는 에너지로 큰 사랑을 받았고 유럽 축구에 정통한 '차미네이터' 차두리 감독의 화성 스타일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큰 상황, 2부리그 경기로는 보기 드물게 8~9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프로 데뷔전을 앞둔 차 감독은 "설레고 궁금하고 기분좋다"며 가벼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일단 저희들은 K리그 경험이 아예 없는 친구들이 오늘 경기장에 많이 나간다. 선수들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한테 오는 좋은 기회, 프로에서 뛸 수 있다는 기회를 선수들이 좀 즐기면서 경기에 푹 빠져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걸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레전드 아버지 차범근 감독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차범근 감독은 아들 차두리가 자신보다 좋은 지도자, 감독이 될 거라는 말을 수차례 했었다. 이 말에 대해 차 감독은 "당연히 그렇게 되고 싶다. 아버지는 어쨌든 K리그 우승을 하셨고 대표팀 감독으로서 (프랑스)월드컵을 나갔고 그런 업적들이 있기 때문에 뭐 저한테는 그게 목표가 되는 것이고 그리고 또 한번 거기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열심히 잘 해볼 생각"이라며 눈을 빛냈다.
국가대표 데뷔전, 프로감독 데뷔전 어느 게 더 떨리느냐는 질문에 차 감독은 "저도 그 감정을 조금 느껴보려고 어제부터 생각을 해봤는데 대표팀 처음 뛰었을 때랑 감독할 때랑 과연 어느 때가 더 긴장이 되는지. 어제까지는 잘 못 느꼈지만 오늘 막상 경기장 오니까 선수 때가 더 긴장됐던 것같다"고 답했다. "감독은 좀더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선수 때는 잘하고 싶은 욕심,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고 그래서 긴장감을 좀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는 완벽한 건 없지만 또 열심히 준비했고 이제 또 하면서 또 계속 만들어 가야 되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 편한 게 있다"고 답했다.
독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프로 선수생활도 하며 독일어 능통한 차 감독에 대해 차범근 감독은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말을 과거에도 했었다. 키커, 빌트지를 수시로 읽고, 전술 공부도 많이 하고 공감능력도 뛰어난 아들이 인간적으로 지도자로서 자신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극찬이었다. 이에 대해 차 감독은 "축구는 공부를 많이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축구는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11명의 인간들이 서로 각각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뛰는 것이다. 전술 공부도 다 중요하고, 좋은 훈련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하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사람의 공감능력, 그런 공감 능력이 있어야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고 선수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면서 그들이 경기장 안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게 중요하다"는 지론을 펼쳤다. "그래서 공부보다는 요즘 현대 축구에서는 이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고 정말 그들의 감정 관리를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차범근 감독이 "선수들을 다 헤아리는 능력이 대스타였던 나보다 나을 것같다"고 말한 부분에 동의하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차두리 감독은 "아버지는 안 해봤잖아요. 벤치에도 안 앉아 봤고 강등도 안 당해봤고 관중석에도 안 앉아봤고 항상 베스트였고 항상 경기를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라며 웃었다. "저는 뭐 강등도 여러 번 당해봤고 살아도 남아봤고 또 우승도 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그런 것들이 뭐 선수단 그런 감정적인 것에 접근하는 데 좋은 점은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아까 말씀드린 전술적인 것들 그런 게 모든 게 다 복합적으로 돼야 되는데 모든 건 결과가 얘기해 주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자신의 첫 프로 사령탑 데뷔전에서 첫 프로 무대에 도전하는 후배 선수들를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아직 K리그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친구들이 선발명단에 굉장히 많이 나와 있다. 이 친구들에겐 도전이고 또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도 프로에서 데뷔를 못했다라는 건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건데 그들에게 뭔가 동기 부여도 주고 싶다. 지금 눈앞에 와 있는 기회가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를 인지시켜 주면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게끔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성남과의 첫 경기, '차두리 축구'의 관전포인트를 묻자 거침없이 답했다. "이기고 싶다. 첫 경기지만 빨리 첫 승을 해야 선수단이 부담감을 덜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서 저희들이 전략적으로 준비를 할 것이다.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다기보다는 우리가 상대가 실수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경기를 조금 액티브하게 가져가려고는 것이 우리 축구의 목표다. 그런 부분을 지켜봐달라."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