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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홋스퍼트레이닝센터(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캡틴 손흥민'을 철저히 보호했다. 팬들의 반응을 빙자한 언론의 질문에 적절히 방어했다.
"손흥민의 가장 큰 강점은 훈련과 준비 과정에서 기준을 설정한다는 점입니다. 클럽 내외에서 모든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고, 팀원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도록 도와요. 하지만 이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체력적으로 힘들테니까요. 개인적으로 그걸 떨쳐내고 리더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손흥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성장했다는 것.
"이번 기간 동안 손흥민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한층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이 과정을 함께 견디며, 단 한순간도 따로 떨어지거나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않았어요. 이는 손흥민과 다른 리더들이 만들어놓은 팀 내 유대감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비카리오, 매디슨 같은 리더십 그룹의 선수들, 그리고 로메로까지 복귀하면서 손흥민이 그 부담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질문은 이어졌다. "손흥민이 팀에 오래 있었던 만큼 최근 어려운 시기에 대한 책임감이 크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에 대답했다.
"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책임을 원하지 않는다면 리더의 역할을 맡을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들을 이끄는 데 있어서 그것은 핵심적인 요소죠. 힘든 시기에는 더 많은 짐을 짊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위치에 있는 게 의미가 없어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항상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제쳐두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면 많은 절제와 내적인 강인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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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자회견 후반 다시 질문이 나왔다. 이번에는 손흥민의 '인성'을 걸고 넘어졌다. 취재진은 "손흥민이 너무 착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고 물었다. 즉 착한 것이 리더십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람들을 비판했다.
"제가 여러 번 말했듯이 요즘 세상은 누군가를 계속해서 비난할 대상을 찾는 세상입니다.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에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부진했던 이유는 손흥민 때문도 아니고, 제 전술 때문도 아닙니다. 지난 두 달 동안 11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에요. 그 전력 공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설명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희생양을 찾길 원하죠.
이게 바로 현대 사회입니다. 요즘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누군가 실수를 하면 그 사람을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더 이상 관대함이나 이해심은 찾아볼 수 없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냥 "저 사람을 없애자"라고 외칩니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를 비난하려 하고 있는 거죠. 손흥민이 최선을 다해 팀을 돕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가 묻고 싶습니다. 착한 사람이면 안 되나요? 착한 사람이 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 사람들을 몰아붙여야만 좋은 주장이 될 수 있나요? 저는 수많은 주장을 봐왔지만, 오히려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주장들 중에 별로 좋지 않은 리더들도 많았습니다.
손흥민의 리더십이나 그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쉽게 알 수 있죠. 하지만 계속 누군가를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면, 여기 제가 있습니다.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은 저니까요."
또 다시 질문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주장이라고 하면 로이 킨이나 토니 아담스같은 스타일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와 같이 말했다.
"네, 맞아요. 세상이 변했으니까요. 드레싱룸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의 드레싱룸에서는 로이 킨 같은 리더들도 적응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물론 좋은 리더는 환경에 맞춰 적응하겠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팀을 이끌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저도 20년 전과 똑같은 감독일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에요. 선수들에게 "이게 마음에 안 들면 떠나라"라고 최후통첩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리더십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고, 좋은 사람이라면 그게 왜 나쁜 일일까요? 그것이 영감을 주지 못한다거나,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훈련장에 들어와서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 에너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겁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너는 왜 안 하니?"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죠.
리더십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리더십의 핵심은 자기 자신답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손흥민은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렇게 손흥민을 변호하고 또 변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