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반시즌 임대만 허락했던 이유, 토트넘 디렉터 "양민혁, 여름에 복귀해 프리시즌 나설 것"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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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06 20:13


토트넘이 반시즌 임대만 허락했던 이유, 토트넘 디렉터 "양민혁, 여름에 …
사진캡처=QPR SNS

토트넘이 반시즌 임대만 허락했던 이유, 토트넘 디렉터 "양민혁, 여름에 …
사진캡처=QPR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토트넘이 반시즌 임대만을 원했던 이유가 있었다. 토트넘은 양민혁을 확실한 전력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요한 랑게 테크니컬 디렉터의 1월 이적시장에 대한 평가를 공개했다. 랑게 디렉터는 현재 토트넘의 영입과 방출을 결정하는 핵심 인물이다. 이 중 양민혁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랑게 디렉터는 "이제 양민혁, 윌 랭크셔, 루카 군터에게 있어서 우리는 이 선수들이 밖으로 나가서 꾸준히 경기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게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서 올바른 단계라고 느꼈다.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선수들은 여름에 돌아올 것이며 프리시즌에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양민혁은 1월이적시장에서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행선지는 과거 박지성과 윤석영이 뛰었던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의 퀸즈파크레인저스(QPR)였다. QPR은 지난달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토트넘 홋스퍼에서 양민혁의 임대를 확정지어 기쁘다'고 전했다. 계약기간은 올 시즌 종료까지. 양민혁은 강원FC에서 썼던 행운의 47번을 새기고 QPR 유니폼을 입게됐다.


토트넘이 반시즌 임대만 허락했던 이유, 토트넘 디렉터 "양민혁, 여름에 …
사진캡처=QPR SNS
양민혁은 "QPR에 합류해 기쁘다. 나는 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QPR에서 뛰었던 '레전드' 박지성에 대한 엄청난 기억들을 갖고 있다. 나는 여기서 정말로 뛰고 싶었고, 팀의 승리를 위해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격적인 임대였다. 준프로 신분으로 지난 시즌 K리그1 무대를 밟은 양민혁은 데뷔 첫 해 전경기 출전, 12골-6도움이라는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보이며, 지난해 여름 토트넘행을 확정지었다. 빅클럽의 러브콜 속 토트넘은 구단 18세 레코드, K리그 유럽 직행 최고 이적료(400만유로 추정·약 60억원)을 쏘며 양민혁을 품었다.

토트넘은 양민혁에게 '조기 합류'를 요청했다. 당초 2025년 1월 합류 예정이었지만, 계획보다 빠르게 영국으로 넘어갔다. 토트넘에서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양민혁은 B팀이 아닌 당당히 '1군 계약'을 맺은 선수다. 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내부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등번호 18번을 받은 양민혁은 유령설 등 근거없는 낭설 속 충실히 훈련을 하며 차분히 데뷔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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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QPR
9일 리버풀과의 리그컵 4강 1차전에 영국 입성 후 처음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기회가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영국 언론도 출전을 전망했던 12일 탬워스와의 FA컵 3라운드(64강)에서 벤치 조차 앉지 못했다. 토트넘의 사정 때문이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부상 악령이 겹치며 부진을 반복하고 있다.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유망주' 양민혁에게 꾸준히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토트넘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양민혁의 평가는 여전히 높았다. 챔피언십을 중심으로 러브콜이 쏟아졌다. 왓포드, 번리, 헐씨티, 밀월, 스완지시티 등 챔피언십팀 뿐만 아니라 백승호가 뛰고 있는 리그1(3부리그) 버밍엄과 벨기에 주필러리그 3팀까지 무려 10팀이 러브콜을 보냈다.


양민혁 측은 토트넘과 재빨리 미팅을 가졌다. 두가지 조건을 전했다. 첫째,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클럽, 둘째, 런던 연고의 클럽으로 임대를 가겠다고 요청했다. 이미 제안은 충분한 상황이었다. 고심하던 토트넘도 결국 마음을 열었다. 과거 레이튼 오리엔트 임대를 시작으로 하부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후 최고의 골잡이가 된 해리 케인의 사례를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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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트넘 SNS
여기서 중요한 뒷이야기가 있다. 토트넘도 조건을 걸었다. 반 시즌 임대였다. 당초 1년 임대, 1년반 임대, 심지어 임대 후 완전이적옵션을 포함한 제안도 있었지만, 토트넘은 반 시즌 임대를 제외하고 모두 오퍼를 거절했다. 양민혁을 당장 다음시즌부터 활용하겠다는 확실한 뜻을 전했다.

당초 가장 적극적인 클럽은 왓포드였다. 하지만 감독 거취 등 상황이 복잡했다. 그 사이 QPR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이 양민혁을 특히 원했다. 시푸엔테스 감독은 한국축구와 인연이 있다. 시푸엔테스 감독은 2022~2023시즌 스웨덴 함바르비를 이끌었는데, 당시 현재 울산 HD에서 뛰고 있는 보야니치와 루빅손을 지도했다. 이들이 울산으로 이적한 후 시푸엔테스 감독은 K리그를 주목했다. 지연스레 양민혁이 눈에 들어왔다. QPR 감독 부임 후 양민혁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1부 빅클럽들이 대거 뛰어들며 마음을 접었다.

시푸엔테스 감독의 짝사랑은 이번 겨울이적시장 결실을 맺었다. QPR의고민은 공격력이었다. QPR이 양민혁을 원한 이유다. 일본인 출신 사이토 고키와 아일랜드 국가대표 폴 스미스 등과 경쟁해야 하지만, 시푸엔테스 감독이 오랜기간 양민혁을 주시한만큼,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토트넘이 반시즌 임대만 허락했던 이유, 토트넘 디렉터 "양민혁, 여름에 …
사진캡처=QPR
예상대로 양민혁은 이적 사흘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2일 영국 런던의 더 덴에서 열린 밀월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30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1분 교체투입됐다. 양민혁이 영국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양민혁은 토트넘 시절 대기 명단에 포함된 적은 있지만, 경기에 나선 적은 없다. 경기는 QPR의 1대2 패배로 끝났다.

양민혁은 일리아스 체어 대신 교체돼, 투입 2분만에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박지성을 연상케 하는 끈질긴 수비와 장기인 슈팅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양민혁은 이날 9번의 볼터치를 하는 동안 4번의 패스를 모두 성공시켰다. 수비에서도 태클을 한차례 성공했다.

이날 질병으로 벤치에 앉지 못한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을 대신 해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사비 칼름 수석코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양민혁과 함께해 기쁘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측면에 깊이를 제공해주는 선수다. 그가 우리를 도울거라 확신한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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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NS
영국 언론도 호평 일색이었다. 런던월드는 '양민혁의 첫 플레이는 골키퍼를 허둥대게 만든 슈팅이었다. 그는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선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게임체인저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BBC도 '양민혁이 교체 투입돼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QPR의 공격에 어떤 종류의 공격적 재능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줬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어 양민혁은 5일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블랙번과의 경기에 나섰다.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양민혁은 딱부러진 활약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강한 전방 압박과 활발한 몸놀림으로 QPR의 공격을 이끌었다. 31분에는 잭 콜백의 결승골에 일조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투입된 볼이 공격수 머리 맞고 떨어지자, 양민혁이 뛰어들었다.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이 볼은 콜백에게 흘렀다. 콜백은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양민혁은 이날 슈팅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경기 운영을 펼치며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소파스코어는 평점 6.6점을 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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