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녀 누구나 축구할 수 있는 나라" 양명석 여축연맹회장 당선인의 일성[현장 인터뷰]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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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06 18:07 | 최종수정 2025-02-06 19:00


"유소녀 누구나 축구할 수 있는 나라"  양명석 여축연맹회장 당선인의 일…

"저는 젊습니다. 의욕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9대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에 당선된 양명석 전 대구시축구협회장(57)이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양 전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여자축구연맹 제9대 회장 재선거, 결선투표에서 전체 투표수 80표, 유효 투표수 70표 중 37표를 획득하며 당선됐다. 양 전 회장은 권종철 피파스포츠 대표(61),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66)이 함께 나선 1차 투표에서 34표, 최다득표했지만 '과반수 당선 원칙'에 3표 모자랐다. 권종철 후보가 27표, 정해성 후보가 12표를 받은 가운데 '과반 득표'를 위한 양 후보와 권 후보간 1-2위 결선 투표가 시작됐다.

17년간 연맹을 이끌던 오규상 전 회장이 9대 회장 연임 확정 후인 지난해 말 지병 악화로 별세하면서 고인의 49재 날이기도 했던 이날 재선거에서 선거인단은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총 80명으로 구성됐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시 1차 투표가 진행됐다. 유효투표의 과반수시 당선되고,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시 2차 결선 투표를 치르는 방식. 지난 10년간 여자축구계를 위해 꾸준한 진심을 이어온 양 전 회장에게 여자축구 현장의 표심이 쏠렸다. 1차 투표 최다득표, 2차 투표에서 권종철 후보에 4표 앞선 37표, 과반 이상 득표에 성공하며
제9대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에 선출됐다.

2029년 2월까지 4년간 여자축구의 미래를 이끌 양명석 당선인은 사업가 출신의 축구 행정가다. 재중축구협회 이사로 축구계와 인연을 맺은 후 달성군축구협회장, 대구시축구협회장을 역임했다. 고 오규상 회장과의 인연으로 유소녀 개인 후원 등을 통해 10년 넘게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유소녀 여자축구 육성 프로젝트 실시 여자 대학 리그(U리그) 별도 운영 WK리그 확대 및 예산 증액 마케팅 강화 및 중계권 확대 대회장 환경 개선 여성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확대 및 국제심판 전문과정 운영 및 수당 인상 여자축구 학생선수 장학금 지원 국제대회 참가기회 확대 및 지원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소녀 누구나 축구할 수 있는 나라"  양명석 여축연맹회장 당선인의 일…
양 당선인은 "막상 당선되고 나니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함께 경선한 정해성 후보님, 권종철 후보님 모두 훌륭하고 존경하는 분들이다. 함께 소통하면서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10년 전부터 여자축구 현장을 다니고 유소녀 선수,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소통해왔다. 여자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초등부 선수발굴이 어렵다는 점이다. 초등이 무너지면, 중등, 고등, 대학, 실업이 발전할 수 없다. 유소녀들이 축구에 즐겁게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유소녀 축구, 학교체육 정책에 집중할 의지를 전했다. "대회 환경도 개선하겠다. 여자선수들이 대회장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현실을 보고 느꼈다. 분명히 개선할 것이다. 지도자 처우도 열악하다. 축구를 하기 위해 4시간 통학하는 학생선수, 학부모들의 불편도 크다. 교육부, 대한체육회와 협의해 이 부분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당선 비결로 양 당선인은 현장과의 소통을 들었다. "재선거에 입후보한 이유도 오규상 회장님께서 고인이 되시고 난 후 지도자 몇 명이 찾아와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대구축구협회장을 하면서 소통하고 모든 걸 공개하면서 협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왔지만 여자 연맹은 지역협회와 다르다. 내게 무거운 직책이라고 생각해 고민했는데 '대구회장 때 잘하더라. 두려워하지 말고 소신있게 해달라, 큰 걸 바라지 않는다'며 용기를 북돋워주더라. 지도자들이 지지해주시니 당선되지 않더라도 출마해서 소신을 피력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왔고 이제 함께 여자축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WK리그 프로화와 관련해선 단계적, 현실적, 구조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현재 상무를 포함해 8개 팀이 리그를 하고 있다. 프로화 하면 물론 좋지만 현실적으로 프로화에 접근하려면 팀이 10개 이상 늘어나야 한다. 1~2년 안에 신생팀 문제를 해결하지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작년 대학에 진학한 고등학교 졸업생이 70명이다. 대학에 8개팀이 있고 11명을 모집하지 못한 대학이 있다. 그러면 대학리그 참가가 불투명하다. 선수가 없는데 WK리그 팀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밑에서부터 선수층이 두터워져서 올라와야 한다. 팀을 늘리는 게 급선무가 아니라 내실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면서 "기다려달라. 기다려주시면 여자축구 가족들과 함꼐 만들어가겠다"더니

"저는 젊습니다. 의욕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직원 3~4명이 열일하는 열악한 구조의 여자축구 연맹 사무국 운영과 관련해서도 양 당선인은 "10년간 여자축구 현장을 다니면서 연맹을 외부에서 봤다. 취임하면 내부 살림살이, 조직부터 점검해보겠다. 연맹 사무국의 소통 부재가 많다. 취임하면 모든 대회의 과정과 결과를 오픈해 소통하는 협회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학교체육에 진심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과도 유소녀축구 발전을 위해 협업할 뜻을 분명히 했다. "유 당선인도 학교체육을 살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여자축구는 비인기종목에 속해 있고 연맹회장으로서 대한축구협회, 대한체육회와 적극 협조하겠다. 대한체육회의 여성 스포츠, 여자축구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펼치는 부분이 우리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유 당선인도 만났다. 학교체육을 함께 활성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49재였던 고 오규상 회장을 향해 대한민국 여자축구 발전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이 투표일이어서 49재에 가지 못했다. 오 회장님은 여자축구에 한획을 긋고 성장시킨 분이다. 그분의 뜻을 받들어서 지금보다 정체되지 않고, 더 확대되게, 내실 있게 성장시켜서 부끄럽지 않는 임기를 마치겠다"고 다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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