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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단순한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퀸스파크레인저스(QPR)로 임대를 떠난 양민혁의 활약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K리그1 강원FC에서 시즌을 마친 뒤 토트넘으로 건너간 양민혁은 공식전 출전 없이 적응에 초점을 맞춰왔다. 데뷔 일정을 두고 시선이 엇갈린 가운데 토트넘은 QPR 임대를 택했다. 양민혁은 이르면 오는 25일(한국시각) 밀월과의 2024~2025 챔피언십 30라운드에서 잉글랜드 데뷔가 이뤄질 전망.
시즌 중반 QPR 지휘봉을 잡은 시푸엔테스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완성하는 과정에 있다. 자기 진영에서 점유율 위주의 축구를 선호하는 게 특징.
하지만 점유율 축구도 득점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현재 팀내 최다 득점자는 스위스 출신 공격수 미하엘 프라이. 그러나 17경기에서 5골에 그치고 있다. 수비수 지미 던, 20세의 알제리 출신 공격수 라얀 콜리가 각각 4골로 뒤를 따르고 있다.
마땅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것도 호재다. 올 시즌 브레스투에서 임대해 온 윙어 카라모코 뎀벨레는 무릎 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장기 이탈 중이다. 벨기에 롬멜에서 임대한 일본 출신 윙어 사이토 고키도 28경기에 나섰으나 1골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상황. 챔피언십 29경기 중 17경기에 교체투입된 조커 폴 스미스도 1골로 위력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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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챔피언십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상상 이상의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다. 잉글랜드 축구 특유의 투박하고 거친 경기 스타일이 지배하는 곳이기도 하다. K리그가 아시아에서 가장 터프한 리그로 꼽히지만, 챔피언십에 비하면 '순한 맛'이다.
무엇보다 양민혁이 잉글랜드 축구에서 생존할 만한 힘을 갖춘 선수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토트넘이 양민혁을 일찌감치 부르고도 적응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다.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면서 지난 시즌 K리그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지친 체력을 회복하라는 차원의 결정이었다. 2월은 컨디션 사이클 상 K리그에서도 새 시즌 준비를 위해 어느 정도 감각이 끌어 올려진 상태여야 한다. QPR 임대는 토트넘이 양민혁에 대한 본격적인 실전 검증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토트넘이 의도했던 부분을 양민혁이 QPR에서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가 다음 시즌 1군 스쿼드 합류 및 출전 여부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기존 자원 활용 속에 영건 비중을 늘려가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유로파리그 엘프스보리전에선 루카스 베리발, 데인 스칼렛, 다모라 아자이, 마이키 무어 등 젊은 선수들을 내보내면서 가능성을 실험했다. 양민혁이 QPR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이들처럼 1군 기회는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 반면 QPR에서 실망스런 활약에 그친다면 차세대 선수들이 최근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토트넘에서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양민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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