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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누가 뭐래도 토트넘 홋스퍼를 승리로 인도하는 에이스는 손흥민(33)이라는 게 또 입증됐다. 가장 중요한 순간 놀라운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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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를 통해 손흥민은 자신을 홀대하는 토트넘 구단과 최근 부진을 이유로 비난을 퍼붓던 일부 팬들을 향해 자신의 진짜 가치를 입증해냈다. 4-2-3-1 포지션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22분에 제임스 매디슨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을 파고들어 강슛을 날렸다. 수비수에 맞고 굴절된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호펜하임은 손흥민이 교체돼 나간 지 9분 만인 후반 43분에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을 압박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손흥민이 두 골을 넣은 덕분에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1골차로 승리했다. 새삼 손흥민의 가치가 빛났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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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0년간 충성을 바쳐 헌신해 온 토트넘 구단으로부터 철저히 홀대를 당하고 있다. 당초 손흥민은 2025년 6월까지 토트넘과 계약이 돼 있었다. 때문에 2024~2025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이 최소 2년 이상의 재계약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 여름 무렵부터 영국 현지 언론에 의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토트넘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시즌 개막 이전이나 이후 심지어 2024년이 다 끝날 시점까지도 손흥민과의 재계약에 관한 협상은 없었다. 심지어 손흥민 측의 협상 제안을 묵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이 기존 계약 때 만들어 놓은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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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 이렇게 손흥민의 재계약 요청을 묵살하면서 연장 옵션을 발동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30대 중반을 향하는 손흥민에 대한 가치를 평가 절하했기 때문이다. 에이징 커브로 인해 재계약 투자 대비 성과가 적을 것을 우려했다. 지난 10년의 헌신은 재계약을 추진하는 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레전드급 활약을 한건 이미 과거의 일이라고 여겼다.
같은 맥락에서 연장 옵션을 발동한 이유가 설명된다. 이미 내부적으로 손흥민과의 결별을 정해놓았지만, 이적료 없이는 보내고 싶지 않다는 제스추어다. 1월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자 이적료 수입을 챙기기 위해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고 볼 수 있다.
영국 매체 스포츠몰은 이에 대해 "토트넘은 2025~2026시즌이 끝날 때까지 손흥민의 계약을 1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조항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하지만 손흥민의 계약기간에 대한 단기 연장이 장기 계약의 선행요건으로 진행될 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는 (단기연장이 이뤄지더라도) 18개월 후에는 손흥민이 아무 대가 없이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설했다.
이어 "토트넘이 12개월 연장 옵션을 발동하더라도 양측이 서로 결별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토트넘이 자산 가치를 보호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료를 받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토트넘이 팀의 레전드로 활약해 온 손흥민을 철저히 '매각용 자산'으로만 취급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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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인사하러 온 손흥민에게 욕설이 나온 건 충격적이다. 손흥민의 지난 10년 헌신이 일순간에 무너져 버린 듯 한 장면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돌아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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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