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 축구화 벗으며 밝힌 진심 "팬들을 기쁘게 했던 선수로 남고 싶어" [현장 일문일답]

이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5-01-14 11:56 | 최종수정 2025-01-14 12:20


'런던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 축구화 벗으며 밝힌 진심 "팬들을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런던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 축구화 벗으며 밝힌 진심 "팬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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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즐거움을 드린 선수로, 팬들을 기쁘게 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구자철은 지난해 12월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미련없이 축구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은퇴를 결정한 구자철은 이날 '친정팀'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위촉됐다. 제주의 미래를 육성하는 일을 맡을 예정이다.


'런던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 축구화 벗으며 밝힌 진심 "팬들을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구자철은 "은퇴를 하고 세상에 나와서 다른 일들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낀다"며 "은퇴를 수년 전부터 생각했었다. 은퇴 후에도 한국 축구를 위해서 누렸던 경험을 통해서 우리 세대가 간과하지 않고, 역할을 해내자는 생각이 확고했고 수년 동안 준비했다. 세대가 빨리 변하기에 얼마만큼 빨리 융화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독일에서도 구단에 들어가 조금씩 배우기도 했다. 제주 구단에서도 나를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임명해줬기에, 서두르지 않고, 매듭을 잘 짓고 싶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서 18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프로에 데뷔해 유망주로서 이름을 알렸다. 2008년 동아시아대회를 통해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대표팀 경력도 곧바로 상승세를 탔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이었다. 당시 홍명보호의 주장이었던 구자철은 깜짝 동메달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터뜨리며, 메달의 기쁨을 제대로 누렸다.

구자철도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런던 올림픽으로 꼽았다. 그는 "동메달을 목에 걸 때 단상에 올라갈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상식에 올라가서 대한민국 국기가 올라가고,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가 가장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런던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 축구화 벗으며 밝힌 진심 "팬들을 …
스포츠조선DB
구자철은 어린 시절부터 리그에서 돋보였다. 네 번째 시즌인 2010년 K리그에서 26경기, 5골11도움을 기록하며, 당시 제주의 준우승에 일등공신이었다. 조금 부족한 스피드를 기술과 빠른 판단력으로 채워내며 장점을 살렸다. 2011년 제주에서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를 밟은 구자철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볼프스부르크, 2014~2015년 마인츠, 2015~2019년 아우크스부르크 소속으로 무려 8년간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다. 4시즌을 뛴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레전드'로서 인정받을 정도로 활약이 뛰어났다. K리그와 유럽 무대, 대표팀 가릴 것 없이 경기장을 쉴새 없이 오가는 에너지와 높은 수준의 결정력, 리더십이 돋보였다.

이후 2019년 카타르 알가라파로 이적한 구자철은 알 코르를 거쳐 2022년 친정 제주로 복귀했다. 2024시즌 종아리 부상 여파로 단 3경기를 뛰었는데, 11월24일 대전전은 구자철의 현역 고별전이었다. 대전 출신인 구자철이 친정팀 제주 유니폼을 입고 고향 대전에서 선수 경력을 마무리했다.

구자철의 K리그1 최종기록은 95경기 8골 19도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곤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고 아시안컵도 2011년, 2015년, 2019년까지 3회 나갔다. 2019년 카타르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0대1 패)까지 76경기를 뛰어 19골을 남겼다.


'런던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 축구화 벗으며 밝힌 진심 "팬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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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경력을 마감하는 구자철이 가장 고마워한 존재는 가족이었다. 구자철은 "나보다는 여기까지 나를 만들어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 내가 결혼을 일찍했다. 그 주인공인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많이 고생했다. 대표팀 경기할 때는 외국에서 한달 가까이 자리를 비워도 아이 둘을 챙겼다.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게 되고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 가족에게 너무 고맙고, 유년기를 키워준 부모님에게도 너무 감사하다. 나한테까지 감사가 오지 않아도 상관없을 정도로 가족에게 고맙다. 다 가족의 힘이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10년 넘게 그라운드에서 우정을 쌓으며 동갑내기 삼총사로 활약한 기성용, 이청용보다 먼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FC서울 미드필더 기성용은 2025시즌에도 현역으로 뛸 것이 유력하다. 울산 미드필더 이청용은 울산과 재계약을 체결해 차기 시즌 동행을 확정했다. 구자철은 두 친구에 대해서도 "은퇴를 얘기했을 때도, 굉장히 아쉬워하고, 고생했다고 말해줬다.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내가 조금 흔들리고 안 좋은 생각을 해도, 그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잡히는 그런 친구들이었다. 한국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도 너무 큰 친구들이다. 여러 조언도 해준다. 은퇴를 할 때까지 잘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싶고, 영광이었다고 다시 말해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런던 동메달 신화의 주역' 구자철, 축구화 벗으며 밝힌 진심 "팬들을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다음은 구자철과의 일문일답.

- 현역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지.

동메달을 목에 걸 때 단상에 올라갈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상식에 올라가서 대한민국 국기가 올라가고,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가 가장 기억이 난다.

- 런던 올림픽 당시 1년 전 한일전에서의 패배와 이후 다짐 등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어떤 감정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때가 삿포로였다. 비행기를 많이 타고 이동해 경기를 하는데, 몸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수준이었다. 결과는 0대3 패배였는데, 한일전은 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음 한일전에 지면, 축구를 그만두겠다는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나는 오늘 기필코 승리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1년 전 0대3 패배를 부끄러워하고, 그 기억을 토대로 승리한 것 같다.

-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골 세 장면이 궁금하다.

2009년 이집트와의 청소년월드컵(U-20)에서 미국전이었다. 팔을 벌리고 세리머니를 했다. 그때의 전율은 이걸 느끼기 위해 고통을 이겨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 호주랑 할 때의 득점도 기억에 남는다.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때 그 짜릿함, 내가 원하는 대로 찼을 때의 그 짜릿함은 아직도 내 발끝에 남아있는 것 같다.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였다. 홍철의 크로스를 김신욱이 떨궈주자, 내가 왼발로 넣었던 골이다. 이상하게 그 골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런던 올림픽 한일전 골도 얘기하고 싶다. 메이저 대회에서 전부 골을 넣었다. 올림픽 경기에서 자꾸 골이 안 들어갔었다. 첫 경기, 두 번째 경기 모두 골대를 맞췄다. 골을 못 넣지 안겠다는 생각은 했다. 4강 브라질전에서 골을 넣고 싶었다. 세계 대회 결승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때도 못 넣었다. 그러던 찰나에 한일전에서 득점을 터트렸다. 1년 전의 부끄러움까지 털어낼 수 있었던 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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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생활에서의 아쉬웠던 점이 있을까.

너무 많다. 아픔과 아쉬움, 속죄해야 할 것들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조금 아쉬운 것을 떠나서, 그때 내가 너무 어렸다. 대표팀 최연소 주장, 월드컵 최연소 주장이 따라온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자랑스럽지는 않다. 그때 너무 어렸다. 돌이켜보면,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에게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부족했던 시기였다. 그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했지만, 나의 부족함 때문에, 월드컵에서의 결과가 책임감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프로 선수는 사회에서 어린이들에게는 꿈이 됐으면 좋겠고, 배울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좋겠다. 그게 프로 선수의 사회적 책임이다. 제주SK의 선수들이 제주 사회에서 꿈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2014년에 부족했다. 그렇기에 마음에 담아둔 것 같다.

-기성용, 이청용 선수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가장 친한 친구다. 단톡방이 셋이 있다. 사소한 일이 있어도 단톡방이 시끄러워진다. 은퇴를 얘기했을 때도, 굉장히 아쉬워하고, 고생했다고 말해줬다.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내가 조금 흔들리고 안 좋은 생각을 해도, 그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잡히는, 그런 친구들이었다. 한국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도 너무 큰 친구들이다. 여러 조언도 해준다. 은퇴를 할 때까지 잘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싶고, 영광이었다고 다시 말해주고 싶다.

(기)성용이는 유럽에서 지도자, 행정 수업들을 받고 있다. 공통적으로 말한 것은 행정, 지도자 다 배우자였다. 기회가 될 때 질문하고, 배우자고 말했다. 외국에 갔다오면 계속 이야기 해준다. 나도 지도자 자격증도 계속 따야 한다. 행정적으로도 경험을 공유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욕심을 내고 서둘러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축구에 긍정적인 일들을 조금 더 현명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혼자였다면 일을 그르칠 확률이 높겠지만, 기성용과 이청용이 있기에 더 열심히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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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스 어드바이저가 되어서 어떤 노하우를 전달하고, 유럽에서 경험한 어떤 것들을 알려줄 생각인지.

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 한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올해는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당장 내가 일을 추진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어려움을 아직 모르기에 유소년 시스템이 더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매듭을 지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현명하게 해보겠다.

- 데뷔 시절의 K리그와 지금의 K리그의 위상과 시스템 차이와 나아진 부분이 있는지.

2010년까지 K리그에서 활약하고 2022년에 돌아왔다. K리그에서 배출하는 선수들도 많아졌고,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행정적인 부분도 당연히 좋아졌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아직도 더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 축구계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면 설레서 잠이 안 온다. 해줄 것도 많고, 잘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준이 중요하다.

잔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잔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K리그에서 제주의 잔디가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한다. 구단에도 항상 강조했다. 잔디는 파고들어서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날씨가 더워서 상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들과 팬들이다.

- 수년 동안 은퇴를 고민했는데, 지금 은퇴를 결정한 이유, 제2의 꿈이 궁금하다.

근육이 버티질 못했다. 무릎도 그렇고 발목도 그렇다. 예전보다 회복 기간을 감잡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졌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다보니 미련 없이 축구화를 벗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 꿈은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제주SK에서 은퇴하는 것이었다. 이룰 수 있어 기쁘다. 은퇴 후의 꿈은 아직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어서 입밖으로 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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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는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나보다는 여기까지 나를 만들어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 내가 결혼을 일찍했다. 그 주인공인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많이 고생했다. 대표팀 경기할 때는 외국에서 한달 가까이 자리를 비워도 아이 둘을 챙겼다. 옆에서 도와준 처제도 너무 고맙다.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게 되고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 가족에게 너무 고맙고, 유년기를 키워준 부모님에게도 너무 감사하다. 나한테까지 감사가 오지 않아도 상관없을 정도로 가족에게 고맙다. 다 가족의 힘이었다.

-제주 유스 어드바이저로서의 목표가 있을까.

당연히 내가 제주 소속이기 때문에 제주 팀의 선수 구성의 탄탄한 결실을 맺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리고 재정적으로도 선수들을 키워내서 팀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팀에 또 도움이 돼서 또 그 선수들의 꿈을 찾아 떠날 때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유소년 시스템의 기본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 기본의 목표에 충실해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내야 한다. 좋은 선수들이 발굴해내고, 제주로 왔을 때에 그 선수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게끔 어드바이저 역할을 해내야 한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선배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나는 계속 해외를 갈 것이라 계속 생각했다. 지성이형도 나에게 계속 동기부여를 줬고, 이청용, 기성용도 그렇다. 가고 싶다에서 가야 돼라고 생각이 바뀌는 시기였다. 구단에도 이야기를 했다. 시즌이 끝나고는 에이전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명확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목표를 정해두고 잘 해냈었던 것 같다. 비슷한 또래나 동격의 대상을 통해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 얼마나 이루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미친듯이 하고 싶다면 몸이 움직이고 생각이 그곳으로 향한다.

-구자철은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던 선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되면 행복할 것 같다. 2014년에는 아픔을 드렸지만, 2012년에는 기쁨을 드린 것 같다. 즐거움을 드린 선수로 남고 싶다. 팬들을 기쁘게 했던 순간의 선수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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