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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출전 OK해놓고' 인니협회의 초뒤통수 경질→팬들"신태용 감독님 그리울것"

전영지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11 15:07 | 최종수정 2025-01-11 22:20


'20세 출전 OK해놓고' 인니협회의 초뒤통수 경질→팬들"신태용 감독님 …

'20세 출전 OK해놓고' 인니협회의 초뒤통수 경질→팬들"신태용 감독님 …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 선수들 평균 연령이 20세야. 그래도 잘 버틴 거지. 앞으로 더 좋아질 거야."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15일 AFF 미쓰비시컵에서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에 0대1로 패한 후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 역사를 다짐한 신 감독은 AFF 대회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았다.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긴장도 높은 토너먼트 대회의 실전 경험을 통해 선수들을 성장시켜 스쿼드를 더 두텁게 하고, 2025년 SEA게임을 대비할 계획을 세웠다. 인도네시아가 조별리그에서 1승1무2패로 예선 탈락한 후 신 감독은 SNS를 통해서도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팀은 성인대표팀이 출전한것에 비하면 이번에 출전한 우리팀은 평균 연령이 20.5세밖에 안되는 어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예선 탈락은 했지만 내년에는 훨씬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썼다. "비록 정상에 올라 가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우리 성인대표팀이 월드컵을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20세 출전 OK해놓고' 인니협회의 초뒤통수 경질→팬들"신태용 감독님 …
AFP연합뉴스
그런데 대회 직후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이 성적을 빌미 삼아 지난 6일 신태용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불과 51시간 만에 네덜란드 출신 파트릭 클라위베르트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미리 짜여진 갱처럼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갑작스런 감독 교체에 '신따이용'에 열광해온 인도네시아 팬덤은 난리가 났다. 신 감독은 2019년 12월 부임 후 미쓰비시컵 준우승, AFC 본선 토너먼트 진출, U-23 아시안컵에선 한국을 꺾고 4강에 오르는 대이변을 썼고, FIFA 월드컵 아시아 예선 3차 예선에 최초로 진출해,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역사상 첫 승과 함께 일본, 호주에 이어 C조 6개팀 중 3위에 올랐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행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닌 상황. 지난 4년간의 위업을 내팽개친, 역대급 '뒤통수' 경질에 에릭 토히르 회장을 비롯한 협회를 향해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20세 출전 OK해놓고' 인니협회의 초뒤통수 경질→팬들"신태용 감독님 …

'20세 출전 OK해놓고' 인니협회의 초뒤통수 경질→팬들"신태용 감독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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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최근 성남FC와 재계약한 '신 감독의 장남' 신재원이 '아버지의 인도네시아 축구에 대한 진심'을 담은 글을 SNS에 올렸다. '아빠가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다니 많이 아쉽네요. 그동안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빠가 인도네시아를 얼마나 사랑하고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팀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팬분들을 어떻게 기쁘게 해 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죠'라고 했다. '20세 아시안컵 최초 진출, 23세 아시안컵 최초 진출 +최종순위 4위, A대표팀 아시안컵 최초 진출 +16강 진출, 2026 월드컵 3차 예선 최초 진출 (현재 3위), 최초로 2027년 아시안컵 다이렉트 진출, 부임 전 FIFA랭킹 173위에서 부임 후 127위' 등 신 감독이 2020년 부임 이후 인도네시아 축구사에 쓴 최초의 역사들도 일일이 열거했다. "이번 AFF컵도 다른 국가들은 성인 대표팀이 출전했는데 인도네시아는 올해 말 23세 아시안컵이랑 SEA게임 준비를 위해 22세 선수들을 출전시키기로 협회와 합의를 마친 걸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협회 측에서 결과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성적이 안 좋단 이유로 경질한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네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신재원의 글 아래 무려 39만40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인도네시아 팬들은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을 사랑한다' '아버지께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우리는 당신이 그리울 것'이라는 댓글을 이어달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 4년간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 폐에 물이 차오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전용기까지 동원해 귀국하는 등 위험천만한 일을 겪고도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 '코로나 성금' 2만달러를 기부하며 인도네시아 국민과 축구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특유의 유쾌한 리더십으로 인도네시아 어린 선수들을 따뜻하게 보듬었고, 아스나위, 아르한 등 인도네시아 출신 K리거들의 경기 현장도 빠짐없이 찾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매체 볼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내세운 경질의 표면적 이유는 네덜란드 출신 인도네시아 귀화선수들과의 갈등. 신 감독의 후임으로 네덜란드 선수들을 통솔이 용이한 '네덜란드인' 클라위베르트를 선임했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 출신 귀화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통역 등 소통 문제를 경질의 이유로 삼고 있는데, 부임 이후 네덜란드 출신 선수 귀화에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린 행보를 이어온 신 감독에겐 이 부분이 결론적으로 '독'이 된 결과다.

지난해 7월 2027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하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진출 이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신 감독에 대한 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일방적 계약 파기, U-22 선수들을 출전시킨 대회 성적이 경질의 '덫'이 된 상황에 팬들은 분노와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인도네시아 팬들은 SNS를 통해 #STYSTAY(신태용 스테이) 클라위베르트 아웃' 등의 해시태그로 항의의 뜻을 표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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