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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신태용 내친 인도네시아, 파트릭 클라위버르트와 이미 면접까지 봤다

박상경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06 15:46 | 최종수정 2025-01-06 18:20


느닷없이 신태용 내친 인도네시아, 파트릭 클라위버르트와 이미 면접까지 봤…
◇현역 시절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해지한 인도네시아가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전 감독과 접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은 6일(한국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신 감독과의 계약 해지 사실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토히르 회장은 "(차기 감독 후보자) 3명과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거론된 클라위버르트 전 감독 부임설에 대해선 "인터뷰를 진행한 후보자 중 앞서 언급한 한 명(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오는 11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이튿날 인터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공격수였던 클라위버르트의 지도자 경력은 썩 화려하지 않다. 2008년 은퇴 후 AZ알크마르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브리즈번 로어와 NEC네이메헌을 거쳐 2011년 트벤테 B팀 감독직을 맡아 한 시즌을 치렀다. 2012년 네덜란드 대표팀 수석 코치로 부임한 이후 2015년 퀴라소 대표팀을 맡았고, 2016년엔 아약스 유스팀 사령탑을 맡았다. 2018년 카메룬 대표팀 수석코치로 활약했던 그는 2021년 퀴라소 대표팀 감독 대행직을 맡았고, 2023년엔 터키 쉬페르리가 아다나 데미르스포르 지휘봉을 잡았으나 5개월 여 만에 물러난 바 있다.

클라위버르트는 지도자 생활보다 프런트 업무로 좀 더 유명세를 탔다. 2016년 파리 생제르맹 단장을 맡았고, 2019~2021년엔 FC바르셀로나의 유스 스카우트 디렉터직을 수행했다.

인도네시아가 신 감독과 결별할 것이란 전망은 갑작스럽게 흘러나왔다.


느닷없이 신태용 내친 인도네시아, 파트릭 클라위버르트와 이미 면접까지 봤…
◇스포츠조선DB
지난해 말 이탈리아 매체 투토스포르트가 전한 소식이 발단이 됐다. 매체는 '전 인터밀란 구단주이자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인 토히르는 2026년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얻고 싶어한다'며 '인도네시아는 체력과 스피드에 집중하는 신태용의 축구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 눈치다. 질적 도약을 위해 벤치에서의 변화도 고려 중이다. 새 감독은 유럽 출신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현지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지 매체인 볼라넷은 'AFF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 탈락 이후 신 감독의 입지가 약해졌다. 신 감독은 토히르에게 (대회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 수석코치 노바 아리안토는 매체를 통해 "(감독 교체에 관해) 어떤 논의도 이뤄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체육부장관인 이토 아리오테조는 볼라넷과 인터뷰에서 "PSSI(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미묘한 입장을 취했다. 신태용 감독 유임을 바라는 현지 팬들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결국 경질로 가닥이 잡혔다.

신 감독은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와 오는 2027년까지 이어지는 재계약에 합의했다. 2026년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진출 및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행 성과가 바탕이 됐다. 3차예선에선 일본, 호주, 사우디, 바레인, 중국 등 한 수 위의 팀들을 만나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위를 달리고 있다.


느닷없이 신태용 내친 인도네시아, 파트릭 클라위버르트와 이미 면접까지 봤…
◇에릭 토히르. AP연합뉴스

그런데 미쓰비시컵이 문제였다.

신 감독은 FIFA(국제축구연맹) 의무 차출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 이 대회 스쿼드를 22세 이하 선수 위주로 꾸렸다. 새 얼굴을 찾아 대표팀 및 U-23팀 전력 강화를 노린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조별리그에서 미얀마에 1대0으로 이긴 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라오스와 3대3 무승부에 그치고, 라이벌 베트남이 0대1로 져 4강행에 실패하자 협회 내부의 공기가 바뀌었다. 비등한 실력을 가진 베트남전 패배보다 라오스전 무승부가 토히르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되짚어보면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취임 초기부터 신 감독의 팀 운영에 훼방을 놓았다. 임기 초반 불성실한 자세로 물러난 코치를 협회 기술위원장에 앉혀 대표팀 상비군 운영에 딴지를 거는 가 하면, FIFA랭킹 173위였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목표를 내걸기도.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를 사상 첫 아시안컵 16강 진출 및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으로 이끌고 사우디를 안방에서 완파하는 등 성과를 내며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지만, 축구협회장과 정부 요직 인사를 겸하는 토히르의 힘을 넘을 순 없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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