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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구단을 향한 비방과 비판은 없었다.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만 있었다. 복합적인 이유로 팀과의 동행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윤정환 감독이 강원FC를 생각하는 마음은 끝까지 '진심'이었다.
윤 감독은 지난해 6월 위기에 빠진 강원의 소방수로 부임해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김포를 꺾고 팀에 잔류를 선물했다. 올해 동계 훈련을 통해 수비 축구에서 공격 축구로 변화를 꾀한 윤 감독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구단 최고 성적인 리그 준우승을 선물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도 안겼다.
윤 감독 지휘 하에 풀백 황문기와 센터백 겸 풀백 이기혁은 포지션을 바꿔 국가대표팀에 최초 발탁되는 영예를 안았다. 2006년생 고교 특급 양민혁은 K리그1 전 경기를 뛸 정도로 윤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 지난 여름 토트넘 입단을 확정했다. 공격수 이상헌은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K리그 베스트일레븐에도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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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은 지난달 29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강원의 준우승은 모두가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올해 굉장히 '핫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은 어느 지도자나 같은 마음이다. 팀 관계자, 대표님께서 결단해야 하는 부분이다. 시도민구단이라는 상황을 말씀하실 수 있지만, 감독 입장에선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재계약 테이블을 차린 순간부터 양측이 생각하는 연봉의 갭이 컸다. 지난달 K리그 고위층 중 최고 대우로 3년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김병지 대표이사는 정작 윤 감독의 '최고 대우' 요구에는 난색을 표했다.
김 대표는 6일 구단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난 경영인이면서 대표이고 축구계 선배다. 나는 예산하고 예우 사이에서 고민이 참 많았다. 그 연봉을 들어주게 되었어도 괜찮다. 다른 코치들도 연봉을 맞춰주면서 하면 괜찮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의 내년 예산이 70% 정도 초과하게 된다. 내년 7월이 되면 직원들이나 선수단 월급을 주지 못하면서 예산을 소진하게 된다"고 시도민구단의 열악한 재정을 언급하며 윤 감독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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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감독은 입장문에서 구단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깔끔한 이별'을 택했다. 윤 감독은 "지난 1년 반 동안 강원의 감독으로 함께한 시간은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로 가득했다. 처음 강원에 발을 들였을 때, 우리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강등이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이 되어 싸웠고, 함께 이겨냈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선수들과 함께 노력한 끝에, 우리는 준우승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고 돌아봤다.
이어 "생존 경쟁의 출발선에서 준우승이라는 결승점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깨부순 수많은 징크스와 함께 만들어낸 기억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특별한 순간들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감독으로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특히, 강원을 사랑하는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응원은 저에게 늘 깊은 감동과 용기를 주었다. 서포터스석을 가득 메운 나르샤 팬 여러분의 뜨거운 목소리와 함성은 제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울림으로 제 마음에 새겨졌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강원은 더 강해질 수 있었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제자들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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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