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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K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흥행 돌풍 속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잔디다. 경기의 가장 기본인 잔디가 망가지며, 선수들은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고, 팬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즐기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홈경기 개최권 박탈이라는 수모까지 겪었다. 과연 K리그 잔디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걸까. 스포츠조선은 잔디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답안을 기획 연재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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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떻게 잔디를 관리하고 있을까. 사실 일본도 잔디를 관리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일본은 구단 사정에 따라 최대 세 팀이 하나의 경기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세레소 오사카는 남자 축구팀(춘추제), 여자 축구팀(추춘제), 럭비팀(추춘제)이 요도코 벚꽃 스타디움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대학 축구 및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히로시마도 남자 축구팀(춘추제)과 여자 축구팀(추춘제)이 하나의 축구장을 공유한다. 가끔 지역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나고야 그램퍼스의 도요타 스타디움도 남자 축구팀(춘추제)과 럭비(추춘제)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J리그는 잔디 논란이 없다. 그 첫 번째 이유이자 K리그와 가장 다른 점은 세 구단 모두 스타디움을 스타디움 자체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콘서트 등을 명목으로 스타디움을 대관하지 않는다.
세레소 오사카는 구단이 스타디움 관리 지정관리자로서 스타디움을 관리하고 있다. 콘서트 등의 명목으로 스타디움을 대관하는 일은 없다. 대신 경기장 내 회의실 대관 등을 통해 수익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서트는 근처에 위치한 얀마 스타디움을 대관해 진행하고 있다. 히로시마도 스타디움 대관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나고야는 2019년까진 대관을 승인했지만, 현재는 스타디움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다만, 경기장에서 매년 자동차 경주 대회를 진행한다.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전면 잔디 보식을 진행한다. 매년 싱싱한 잔디를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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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잔디 관리를 위해 각종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우라와 레즈가 사용하는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건설했다. 일본은 건설 당시 쿨링 앤드 히팅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덕에 대대적 리뉴얼 없이도 오랜 시간 건강한 잔디를 밟을 수 있다. 또 세레소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모두 잔디 교체는 잔디 뿌리 4㎝ 이상으로 롤 형태의 빅롤 공법으로 시행한다. 전면 교체 후 7~10일 정도 이후면 경기장 잔디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최근 일본 J리그 구단을 돌며 잔디 관리 등을 살폈다. 프로축구연맹에선 우선 잔디를 관리하는 장비만이라도 '표준화'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