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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뭉클했죠."
홍명보호는 이날 체력안배부터 세대교체까지, 잡을 수 있는 모든 토끼를 잡았다.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황인범(페예노르트) 등을 교체하며, 핵심 자원들에게 휴식 시간을 줬고, 이현주(하노버) 이태석(포항) 등 새 얼굴들이 A매치 데뷔에 성공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태석이었다. 이태석은 후반 18분 이명재(울산)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태석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이을용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의 첫째 아들이다. 고 김찬기-김석원 부자, 차범근 전 감독-차두리의 뒤를 이어 한국축구 역사상 세번째 '부자(父子)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차두리 이후 23년만에 탄생한 부자 국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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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태석은 팀을 옮기면서 다른 포지션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원래 포지션에서 편하게 경기하는 것으로 보였다. 늘 풀백 자리가 고민인데 전형적인 풀백 스타일이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2-1로 추격받던 시기에 투입됐지만, 이태석은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이태석은 "너무 기쁘다. 오늘 경기에 투입될지 몰랐는데, 빠르게 A매치에 데뷔할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고 미소를 보였다. 기대 보다 빠르게 A매치에 데뷔한 이태석은 "몸을 풀고 있을 때 기대는 했는데, 코칭스태프가 불러서 그제야 실감이 났다"고 했다.
경기를 지켜본 이 감독은 감격한 모습이었다. 그는 "A매치 데뷔전이라 긴장이 많이 됐을텐데 무난하게 잘 한 것 같더라. 실수도 없었고, 긴장 안하고 잘한 것 같더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경기에 안뛸 줄 알았다, 중요한 경기였던만큼, 기회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후반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데 뭉클하더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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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태석은 아버지가 달았던 등번호 13번 유니폼을 입고 뛰며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 감독은 "13번 달고 들어가는데, '어, 왜 13번이야' 했다. 몰랐다. 그 모습을 보는데 너무 좋더라"고 했다.
이태석은 경기 후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이태석은 "항상 경기가 끝나면 아버지께 피드백을 받는다"라며 "아버지께서 '첫 경기치고는 잘한 거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보통 단점을 먼저 말씀하시는데, 단점이 안 보여서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했다. 이 감독은 "끝나고 바로 카톡이 오고, 전화가 왔더라. 축하한다고 했고, 첫 경기치고 제법 잘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는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날은 칭찬을 좀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본인의 A매치 데뷔를 떠올렸다. 그는 "그때가 생각나더라. 브라질전이었는데 진짜 똥오줌을 못가렸다. 의외로 태석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를 찾는 모습이 보여서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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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시야나 볼오면 잘 간수하고 이런게 필요하다. 체력적인 부분이 좋은만큼, 볼 센스를 올리고, 시야가 더 넓어지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며 "태석이는 노력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더 늘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