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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FC안양이 창단 11년 만에 승격의 꿈을 이뤄냈다.
사실 올 시즌 안양의 승격을 전망한 이는 많지 않았다. 개막 전 승격 예상구도에서도 다크호스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안양은 시즌 내내 놀라운 질주를 이어가며 아무도 예상 못한 승격 드라마를 완성했다. 안양의 기적같은 승격을 만든 세 남자가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과 이우형 테크니컬 디렉터, 그리고 유병훈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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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는 결단을 내렸다. 후배인 유병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고 2선으로 후퇴했다. 자신을 오랜기간 보좌한 유 감독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 디렉터는 유 감독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필요하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필요한 부분을 얻기 위해서는 대신 싸워주기도 했다. 유 감독은 승격 후 은사에 감사의 말을 가장 먼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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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꽃을 피운 것은 유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꽃망울이 모아졌다 펴지 듯 경기 상황에서 자유자재로 또 남보다 빠르게 모아졌다 펴졌다 하며 상대를 혼돈에 빠뜨리는 색깔"이라는 '꽃봉오리 축구'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현란한 말의 향연 대신 실력으로 보여줬다. 유 감독은 그간 코치로 쌓은 내공을 모두 폭발시켰다. 탁월한 선수단 관리, 견고한 전술, 기민한 교체술 등 모든 면에서 인상적인 지도력을 과시했다.
안양은 초반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4월, 1위로 올라선 안양은 6월 2일부터는 다섯달 동안 줄곧 1위를 지켰다. 중상위권의 대혼돈 속에서도 안양은 흔들림이 없었다. 물론 핵심 공격수 단레이의 부상 이탈, 시즌 막바지 3연패 등 위기도 있었다. 유 감독은 오랜기간 함께한 베테랑과 힘을 합쳐 고비를 넘었다. 초보 답지 않은 유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꽃봉오리는 만개했다. 유 감독은 팬들, 그리고 가족에 승격의 공을 돌렸다. 그는 "안양 창단에 청춘을 바친 팬들 덕에 안양이 있다. 그분들께 청춘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릴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암 투병 중인 부인에게 기쁨을 돌려주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