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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0년 만에 A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한 홍명보 감독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홍 감독을 선택한 8가지 이유도 공개했다. 이 기술이사는 "첫째, KFA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고려했다. 홍 감독은 울산에서 보여준 빌드업이나, 라볼피아나를 활용하고, 백스리를 가져가는 것,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했다. 어태킹 서드 공략, 라인 브레이킹, 크로스를 통한 공격, 콤비네이션 등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K리그에서 기회 창출 1위, 빌드업 1위, 압박강도 1위를 기록했다"며 "활동량 순위는 10위였지만, 그 말은 효과적으로 뛰면서 경기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도 활동량을 하위권이었다. 그 점은 한국 축구에 교훈을 준다. 또한 홍 감독은 A대표팀, 23세대표팀, 20세대표팀 지도자로서의 경험과 협회 전무로서 기술 행정 분야에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팀, 원스피릿, 원골'을 강조한 홍 감독의 리더십, 외국인 감독의 국내 상주 문제, 20세대표팀 시절부터 울산의 K리그 2연패까지 지도자로 성과를 입증한 홍 감독과 외국인 감독 후보와의 성과 비교, 당장 9월에 시작되는 월드컵 3차예선과 새로운 철학을 대표팀에 입히는 시간상의 문제, 각급 대표팀 지도자 경력 등을 토대로 두 명의 외국인 후보보다 높은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KFA는 지난달 20일 한국 축구의 기술 철학과 정책, 연령별 대표팀 운영 시스템 개선안 등을 발표했다. 이 기술이사가 주도한 보고회에는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담겼다. 지속성 및 방향성의 부재, 선수 개개인의 특징 실종, 한국적 가치 약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한 가운데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이라는 새 기술 철학을 공개했다. 동시에 감독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일관된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2033년까지 세계 '톱 10', 안정적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꿈'도 제시했다.
홍 감독은 이날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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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총평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죄송하다. 오늘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울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받아들였다. 어떻게 바뀌었고, 수락한 배경은.
일단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그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솔직한 심정은 가고 싶지 않았다. 그 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도 가고 싶지 않았다. 2014년 이후로 10년, 며칠됐다. 그동안 어려운 시점도 있었고 반대로 울산에서 3년 반동안 좋은 시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10년 전에 국가대표 또는 축구인 홍명보의 삶의 무게를 그때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월부터 내 이름이 내 의도와 관계 없이 전강위(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협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7월 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 이 위원장을 만났다. 내게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을 얘기했다. 물론 나도 MIK 발표할 때 충분히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행정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많았다. 마무리짓지 못하고 나왔기에 축구대표팀에, 특히 연령별 대회 연계성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위원장께서 그 말씀하시면서 난 생각했다. 행정이라는 건 한계가 있다. 정책도 만들고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다. 실행하는 데엔 현장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 안에서도 누가 과연 실행하는 데 좋냐면 A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에 위원장이 외국에 가서 두 분을 만나고, 분명히 그것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을텐데 내용은 잘 모르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내게 솔직히 그 부분에서 강하게 하고,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얘기를 들었고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하지만 결정내리지 않고 위원장은 돌아가고 난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을 지닌 것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는 게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날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계속 내게 질문했다. 거기엔 내가 말씀드린 두려움 그게 가장 컸다. 또 어떻게 보면 이게 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예전 실패를 했던 그 과정과 그 후 일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지만 반대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게 이 위원장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하고, 내게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왜냐하면 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결과적으로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잠을 못자면서 생각한 것은, 난 나를 버렸다. 이젠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그게 제가 팬에게 가지 않는다고 얘기했던 부분에 마음을 바꾼 상황이다.
-K리그1 감독을 맡고 있는데, KFA 규정에는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지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각 팀 K리그 감독을 구속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바뀌어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할 때 당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번에 시스템을 버린게 됐는데.
그 부분은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 알 수 없다. 난 만나자고 해서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만났다. 그 시스템은 모른다.
-2014년 홍명보와 2024년 홍명보는 어떻게 다른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때는 경험도 부족했고,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 많은 노력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이 많은 좋은 선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게 가장 중요한가 생각하면 그 재능을 어디 위에 올려놓는가에 따라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 위에 올려놓으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질 것이다. 이기주의에 올려놓으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얼마나 신뢰관계를 쌓느냐가 중요하다.
-박주호 위원의 이야기가 논린이 되고 있는데.
영상도 봤고, 내용도 확인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갖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 전강위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계속 더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의견이 존중받으면서 하나로 돼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제는 포용해서 더 나은 축구를 위해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그라운드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했다. 안 좋은 구호가 나왔는데. 심경은.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는데,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시기가 오겠지만 이런 작별은 원치 않았지만 저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 정말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협회에서 일을 마치고 울산을 선택했을 때 개인만을 위해서 선택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와 팬, 축구만을 생각하면서 보냈던 시간이 좋았다. 오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까지 응원의 구호가 야유로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선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